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밑이 빠지는' 골반장기탈출증, 수치심 탓에 병 키워

입력
2021.07.31 18:10
0 0

[전문의에게서 듣는다]?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흔히 밑이 빠지는 병으로 불리는 골반장기탈출증은 수치심 때문에 병을 키우는 환자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흔히 밑이 빠지는 병으로 불리는 골반장기탈출증은 수치심 때문에 병을 키우는 환자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골반장기탈출증은 흔히 ‘밑이 빠지는 병’으로 불린다. 주로 50대 이상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자궁이나 방광, 직장 등 장기가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말한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골반장기탈출증의 원인과 예방, 수술에 대해 물었다.

신정호 교수 수술팀은 로봇을 이용해 골반장기탈출증을 치료하는 ‘단일공 골반장기탈출증 로봇 수술’ 100예를 세계 처음으로 달성했다. 신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은 50대 이상에서 30% 정도 발생하고, 특히 9% 정도는 수술해야 할 정도로 증세가 심하다”며 “최근 단일공 로봇 수술을 하면 수술 시간(3시간 정도)도 줄이고 절개 부위(3㎝ 정도)도 작아 회복이 빠르다”고 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어느 연령대에 주로 생기나.

“50대 이상 여성에게 발병하는 사례가 많다. 내원하는 환자의 나이는 대부분 60~80대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는 수치심과 부끄러움 때문에 쉬쉬하다가 상태가 나빠져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이를 출산할 때 난산으로 고생했거나 복부에 힘이 들어가는 일을 장기간 했던 여성에게서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초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서너 명 중 한 명 정도고, 10명 중 1명 정도는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흔하다.

중년 여성에게 상당히 흔한 데도 불구하고 골반장기탈출증이라는 병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여성이 많다. 주로 폐경 이후 나이 든 여성에게 생기기 때문에 처음에는 환자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신과 같은 병이 또 있는지, 자신만 그런 것인 당황해 한다. 초기에는 소변을 보는 빈도가 잦고 걸음걸이도 어딘가 어색해진다. 이때 곁에 있는 가족 특히 딸이나 며느리가 눈썰미 있게 관찰하다가 치료가 늦지 않도록 병원을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병 원인을 꼽자면.

“골반 내 장기를 지탱해주는 구조물을 뼈가 아니라 인대와 근육, 근막 등 결합 조직이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은 이 조직이 크게 늘어났다가 수축하면서 유지되지만, 분만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문제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결합 조직의 탄성이 점점 줄어들고 형태적으로 늘어나며, 이를 붙잡아줘야 할 근육이 감소하면서 복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결국 장기들이 아래로 처지면서 빠져나오게 된다.

노화와 함께 폐경 이후 복부 비만이 증가하는 것이 골반장기탈출증을 악화하는 원인이 된다. 복부 지방이 늘어나면 복부 압력도 증가하고, 이것이 만성화되면서 골반장기탈출증을 일으킨다. 변비가 심하거나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도 위험하다. 유전적 요인도 있어서 가족력이 있다면 3~4배 정도 발병 위험이 높다.

골반장기탈출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배뇨나 보행 등이 힘들어지고, 질 출혈과 골반 통증 등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므로 가능한 한 빨리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골반장기탈출증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가 조금 내려온 경증이라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복부 압력을 높이는 일을 피하고 쪼그려 앉기, 무거운 물건 들기 등을 피해도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을 방치하면 신체 활동을 할 때마다 마찰을 받게 돼 상처가 생기고 염증과 출혈로 고통을 받게 된다. 대소변을 보는 것도 어려워져서 생활하기도 불편하다.”

-어떻게 치료하나.

“얼마 전만 해도 수술적 치료는 개복 수술, 복강경 수술로 진행했다. 이런 수술은 절개 부위가 크고 수술 시간이 4~5시간 이상이어서 환자에게 큰 부담이었다. 특히 치료를 망설이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은 고령 환자는 다른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체력이 약해 의료진에게도 극도로 조심스러웠다. 또 수술 후에도 30% 정도는 재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재발률이 높았다.

그런데 최근 질과 골반(천골) 사이를 특수 그물망으로 연결하는 ‘천골 질 고정술’이 시행되고 있다. 이 수술은 좁은 골반 공간에서 질 쪽의 장기를 질과 분리하고 천골에 끌어올려 고정하는 방법이다. 이 수술을 시행하면 재발률이 3~4%에 불과할 정도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최근에는 로봇 수술이 가능해졌다. 로봇 수술은 배꼽 주변에 구멍 하나만 뚫어 기구를 삽입해 수술하는 단일공 방식이다. 절개 부위가 작아지고 수술 시간도 3시간 이내로 줄어 환자는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빨라졌다.”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힘든 출산이 병의 기본 원인이지만 복압을 높이는 만성 변비나 기침, 복부 비만, 반복적으로 무거운 짐을 드는 것 등이 악화 요인이다. 따라서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려면 적정 체중 유지와 배변 활동 및 생활 습관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

평소 소변을 끊는 느낌으로 요도괄약근 주위를 조이는 것을 반복하는 케겔 운동으로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수술을 받은 여성의 3분의 1 정도가 재발돼 두 차례 이상 수술을 받았다. 따라서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수술을 받았더라도 생활 습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