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양궁 있다면 중국엔 탁구··· '넘사벽' 비결은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에 양궁 있다면 중국엔 탁구··· '넘사벽' 비결은

입력
2021.07.30 15:33
수정
2021.07.30 17:32
0 0

혼성 준우승 충격 털고 남녀 단식 금, 은 독주 시동
넓은 저변·조기교육·끊임 없는 기술 개발에 힘 겸비
중국 독주 견제 위한 각종 제도 변화에도 '철옹성'


탁구 국가대표 정영식(오른쪽)이 28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중국 판전둥과 남자단식 8강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8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정영식(29·미래에셋)과 판전둥(24·중국)의 2020 도쿄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8강.

세계랭킹 13위 정영식은 1위 판전둥을 맞아 첫 세트에서 4-4, 5-5, 7-7로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다 8-8에서 연속 두 점을 따냈다. 그러나 테이블 구석구석을 찌르는 판전둥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해 10-10 듀스를 허용했고 1세트를 10-12로 내줬다. 정영식은 2세트에서도 7-5 리드를 잡았지만 뒷심 부족으로 9-9 균형을 허용한 뒤 9-11로 졌다. 결국 3, 4세트도 내리 내줘 세트스코어 0-4로 패했다.

한중 탁구 대결이 펼쳐지면 우리 선수들은 고비에서 1, 2점을 따지 못해 무너지곤 한다. 전문가들은 그 1점의 차이가 바로 '넘사벽'이라고 말한다.


여자탁구 개인단식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중국 천멍(오른쪽)이 은메달을 딴 쑨잉샤와 시상대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중국 탁구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혼성 경기에서 일본의 이토 미마(21)-미즈타니 준(32)에게 우승을 내주며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남녀 단식에서 나란히 금, 은메달을 휩쓸며 최강의 자존심을 지켰다.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세계랭킹 1위 중국 천멍(27)이 팀 동료 쑨잉샤(21)를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중국은 탁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여자단식 9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남자단식에서도 판전둥과 마룽(34)이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8월 1일부터 시작하는 남녀 단체전도 중국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중국 탁구가 세계를 호령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서울 대회부터 리우 대회까지 금메달 32개 중 28개를 가져갔다. 남녀 복식 대신 남녀 단체전이 도입된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2016년 리우 대회까지는 3회 연속 전 종목을 석권했다.

중국 탁구의 힘은 탄탄한 저변에서 나온다. 등록 탁구 선수만 3,000만 명, 2,000명 이상을 전문 선수로 육성하는 탁구 학교만 1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될성부른' 선수들은 이곳에서부터 어린 나이에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 안재형 전 국가대표 감독은 "중국 선수들은 4~5세에 탁구를 시작하는 데 성인 때는 배우기 힘든 감각을 이때부터 몸에 익힌다"고 설명했다.

백핸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이면타법(탁구 라켓 양면 사용) 등 끊임없는 기술 개발에 최근엔 힘까지 겸비했다.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중국 선수들을 보면 탄탄한 근육질인 경우가 많고 여자 선수들도 남자 못지않은 파워를 자랑한다.

중국 탁구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과도 자주 비교된다. 한국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듯 중국 탁구 국가대표 발탁도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때문에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귀화하는 선수들이 많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탁구선수 161명 중 20명이 중국 태생이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로 이번 올림픽에 나서 화제를 모은 룩셈부르크 국가대표 니시아리안(58)도 중국 출신이다. 그는 리우올림픽 당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선) 경쟁이 너무 치열해 용기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각물_역대-올림픽-탁구-금메달-현황


국제 양궁계가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점수제, 토너먼트제, 세트제로 경기 방식에 계속 변화를 줬지만 소용없었듯 국제탁구연맹(ITTF)도 파워에서 앞서는 유럽 선수들에게 유리하도록 2000년 이후 공의 지름과 무게를 늘린 '라지볼'을 도입하고 21점 대신 11점제를 채택했다. 2014년부터는 100년간 사용해온 기존 셀룰로이드 공 대신 플라스틱 공을 쓰고 있다. 셀룰로이드가 발화성이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중국 독주를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플라스틱 공이 회전이 더 적어 기술 위주의 동아시아 선수에게 불리할 거란 전망에도 중국 탁구는 변함없이 '철옹성'을 과시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