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이 금지돼 시동을 끄고 배송을 다녀오면 차량 내부 온도가 50도 이상 올라 가 있어요. 마스크를 쓰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숨을 쉬기도 쉽지 않아요."
29일 민주노총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우체국 택배기사가 토로한 요즘 현실이다. 이 기사는 "코로나19 백신 못지않게 폭염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배달 노동자들이 건강을 잃지 않고 국민 편의를 보장하도록 정부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코로나19+폭염 ... '이중고' 겪는 현장 노동자
이런 요청은 택배기사만의 것이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교 돌봄·급식, 공공의료기관, 고객센터, 대형 유통업체 근로자들 모두가 한목소리로 하는 얘기였다. 코로나19와 폭염까지 덮친 일선 노동 현장을 보고 근본적 대책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코로나19와 폭염 '이중고'를 겪는 대표적 직군은 학교 급식실이 꼽힌다. 조리사 출신인 이미선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노동안전위원장은 "한여름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아 50도가 넘는 곳에서 2시간 넘게 조리를 해야 해 온열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코로나19로 매일 무거운 소독액이 든 가방을 메고 방역작업까지 해야 하는데, 정부가 1년 넘게 인력 증원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증언도 나왔다. 이선희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부족한 의료인력으로 방호복을 입고 간호업무 외 배식, 청소, 침상정리, 환자이송 등의 업무까지 하고 있으며, 선별검사와 백신접종, 생활치료센터 파견까지 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력 부족이 이미 만성화된 문제가 됐음에도 정부는 문제가 커질 때마다 파견인력을 주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 파견인력에 줄 인건비를 병원에 지원해 고정적으로 근무할 인력을 뽑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노총 "정부, 온열질환 대책 함께 논의하자"
백신 접종이나 백신 휴가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인경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장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보니 48%가 접종 시 연차휴가 사용을 강요받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 시 접종에 필요한 시간을 포함해 최대 4시간까지 공가 처리가 가능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 2일까지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현실은 다른 셈이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노정 교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코로나19와 산업전환, 폭염까지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겠다"며 "김부겸 국무총리와 직접 만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