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44개 부동산 개발지구 거래 374명 세무조사
업무와 무관한 토지 취득·지인 명의 농지 취득 혐의도
# 소규모 건설업체 주주인 A씨 등은 신도시 택지개발정보를 입수한 뒤, 공공주택 입주권을 받을 목적으로 연립주택 ‘알박기’를 했다. 이들은 보상 시기에 맞춰 ‘날림 공사’로 주택의 구색만 갖춘 뒤 싼 가격에 나눠 가졌고,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하자 입주권과 현금 보상을 대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이 집을 넘겼다.
국세청 부동산탈세 특별조사단은 5월 진행된 2차 세무조사를 통해 이들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입을 누락하고, 공사원가를 허위로 계상해 법인세를 탈루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국세청은 이들에게 법인세와 소득세 등 억대의 세금을 추징했다.
'부동산 담화' 하루 만에… 374명 동시 세무조사
정부가 '부동산 담화'를 통해 부동산 투기에 대한 엄포를 놓은 지 하루 만에 국세청이 부동산과 관련한 대규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단순히 탈세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명의신탁이나 가족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가 많았다.
국세청은 3기 신도시 6개 지역을 포함, 44개 대규모 택지·산업단지 개발지역 탈세 의심사례 374건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국세청은 △2개 이상의 개발지역에서 여러 차례 토지를 취득한 경우 △여러 필지의 토지를 취득한 경우 △일가족이 가구원별로 토지를 취득한 경우 △자금출처가 부족하거나 법인자금을 부당 유출한 혐의가 있는 사람 등을 이번 세무조사 대상으로 꼽았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수입을 누락하는 등 탈세 혐의가 있는 부동산업자는 42명, 경찰청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넘겨준 탈세혐의 사례도 51건이나 된다.
조사 지역은 3기 신도시 예정지구와 수도권 용산정비창, 태릉CC 등 지난해 8·4대책에 포함된 지역, 세종 스마트산업단지,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등까지 다양하다. 앞서 4월 진행한 1차 세무조사(165명), 5월 2차 세무조사(289명)를 더하면 부동산 개발지역과 관련한 동시 세무조사 대상은 총 828명에 달한다.
조사 대상자는 '종합 탈세 세트'
국세청의 조사 착수 사례나 앞선 조사 결과에는 △부당 이익 제공 △법인자금 유출 △편법 증여 등 다양한 탈세 방식이 총망라해 있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제조업체 B사는 법인 명의로 업무와 무관한 수십억 원 상당의 신도시 개발지역 토지를 나대지 상태로 보유하고 있다가 국세청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업무무관 자산과 관련한 유지비는 비용 처리를 할 수 없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했는지를 검증하려는 것이다.
B사는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사주 아들이 운영하는 법인을 끼워 넣어 수십억 원대의 ‘통행세’ 이익을 부당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사주의 며느리 등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사람에게 고액의 인건비를 지급한 혐의도 있다.
부동산 임대업자인 C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별다른 소득도 없는 상태에서 개발지역의 토지와 상가 등 수십억 원대의 부동산을 쇼핑했다. 국세청은 오랜 기간 부동산 임대업과 도소매업을 영위해 오던 C씨가 고가의 부동산을 판 사실을 포착하고, 이 돈을 가족에게 편법 증여한 혐의를 검증할 예정이다.
4월 진행된 1차 세무조사에서는 아버지가 받아야 할 상표권 사용료 수억 원을 대신 받은 30대 D씨가 적발됐다. 그는 이를 종잣돈 삼아 3기 신도시 예정지역 인근의 농지를 아버지 지인 명의로 불법 취득했다. 국세청은 D씨와 아버지에게 증여세와 소득세를 추징하고, 해당 지자체에 부동산 실명법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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