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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열린 문, 닫지 않을 것”…中 ‘늑대 전사’ 발톱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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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열린 문, 닫지 않을 것”…中 ‘늑대 전사’ 발톱 감췄다

입력
2021.07.29 14:15
수정
2021.07.29 14:2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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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늑대', '싸움꾼' 친강 中 대사 워싱턴 도착
"존중과 협력" 첫 일성, 美에 일단 유화제스처?
시진핑 신임 두터운 매파, 대미 선봉 파격 발탁
주중 美대사, 9개월 넘게 공석인 것과 대조적

친강(가운데) 미국 주재 신임 중국대사가 28일 워싱턴에 도착해 공항 밖으로 나가고 있다. 주미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친강(가운데) 미국 주재 신임 중국대사가 28일 워싱턴에 도착해 공항 밖으로 나가고 있다. 주미중국대사관 홈페이지


“미중 관계의 대문이 이미 열렸다. 다시 닫히지 않는 것이 시대 흐름이고 대세이고 민심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친강(55) 신임 중국대사의 일성이다. 그는 중국 힘의 외교를 상징하는 ‘늑대 전사’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30년 넘은 정통 외교관임에도 미국에서 근무한 경험은 없다. 반면 시진핑 주석을 곁에서 보좌하며 접촉면을 넓힌 탓에 신임이 두텁다. 향후 미중 관계 변화에 따라 대미 공세의 나팔수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친 대사는 첫 행보로 중국, 미국 기자들과 만나 일단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데 주력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은 역사문화, 사회제도, 발전단계가 서로 다른 대국으로서 탐색하고 인지하고 조율해 새 시대를 맞이할 결정적 시점에 놓여 있다”며 “많은 난관과 도전, 기회와 잠재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대 발전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대에 순응하고 상호존중, 평등, 평화공존, 협력을 통해 윈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사흘 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톈진으로 불러 “우리를 악마화하지 말라”고 몰아친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날 선 발언은 전혀 없었다.

1988년 중국 외교부에 들어온 친 대사는 미국이 아닌 ‘유럽통’으로 분류된다. 재외공관은 주영국대사관에서만 세 번 근무했다. 2005~2010년과 2011~2014년 두 차례 대변인을 맡았다. 2018년까지 외교부 예빈사 사장(우리의 의전실장)을 맡아 시 주석 해외 순방에 동행했다. 이후 유럽 담당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거쳤다.

친강 신임 주미중국대사가 28일 워싱턴에 도착해 중국, 미국 매체를 상대로 소감과 각오를 밝히고 있다. 주미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친강 신임 주미중국대사가 28일 워싱턴에 도착해 중국, 미국 매체를 상대로 소감과 각오를 밝히고 있다. 주미중국대사관 홈페이지


그는 티베트, 신장위구르 등 중국의 민감한 이슈를 공격하는 서구에 맞서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싸움꾼’, ‘원조 늑대’ 등 다양한 별명이 붙었다. 지난 2월 ‘중국이 ‘늑대 전사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증거 없이 중국을 비양심적으로 비방하는 국가와 개인은 ‘악랄한 늑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3월에는 유럽연합(EU)이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을 이유로 제재 카드를 꺼내자 EU 대표단장을 불러 엄중 항의했다. 후보군 가운데 가장 젊어 당초 밀린 것으로 보였던 그가 파격 발탁된 배경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경험이 없는 친 부부장을 주미대사에 기용한 건 뜻밖의 일”이라고 전했다.

반면 전임자 추이톈카이(68)는 열세 살 많다. 역대 최장인 8년간 주미대사를 맡았다. 강성인 친 대사와 달리 온건 성향의 베테랑 외교관으로 통한다. 뉴욕타임스는 “친 대사는 중국이 미국에 필적하는 강국으로 인정받는 데 최우선순위를 두면서 필요하다면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이 주미대사의 공백을 신속하게 메운 만큼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 대사는 추이 전 대사가 물러난 지 한 달 만에 미국에 도착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넘게 주중대사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 환구시보는 29일 “친 대사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면서 양국 간 이견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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