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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첫 성평등올림픽 될까

입력
2021.07.3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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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하반신까지 가리는 형태의 유니폼을 착용했다. 파올라 쉬퍼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하반신까지 가리는 형태의 유니폼을 착용했다. 파올라 쉬퍼


“이게 뭐라고 이렇게 손에 땀을 쥐며 보고 있지.”

SBS 예능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주위의 비슷한 반응들을 보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꼈다. 그런 생각도 잠시. '무슨 근거로 여자들이 하는 축구를 하찮게 여기는 걸까' 하는 반성의 화살이 돌아왔다. 부끄럽게도 이 프로그램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성차별적 편견이었다.

성차별은 사회 곳곳에 있지만 스포츠만큼 두드러지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태생부터 그렇다. 1회 아테네올림픽에선 아예 여성 참여를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근대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 남작은 여러 성차별적 망언을 남겼다. “여성의 올림픽 참여는 비실용적이고, 흥미롭지 않으며, 미학적이지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 “올림픽에서 여성의 몫은 무엇보다 우승자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일이어야 한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도쿄올림픽 개막에 앞서 여성 참여 비율이 48.8%(최종 발표는 48.5%)라면서 대회 사상 첫 번째 ‘성평등올림픽’이 될 거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개막식에선 남녀 선수가 공동 기수로 나서게 하는 등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IOC의 성평등 정책에 맞게 올림픽 주관방송사도 선수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원피스 수영복과 다름없는 노출의 ‘레오타드’를 거부하고 몸통에서 발목까지 덮는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지난주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선 노르웨이 여성 선수들이 규정을 깨고 비키니 대신 반바지를 입고 뛰기도 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IOC 수뇌부의 성비가 기울어져 있다. 역대 IOC 집행위원 중 여성은 33.3%에 불과하고, 지금까지 여성 위원장을 선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는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혐오 발언으로 올림픽 개막 전 사퇴한 도쿄올림픽 고위 관계자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남성중심적 조직은 성차별을 줄이는 데 저해 요소가 된다.

각종 규정도 고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캐나다 여성 권투선수 맨디 부졸드는 임신과 출산 기간 대회 성적이 없어 출전 자격을 뺏길 뻔했다가 소송을 통해 겨우 출전 기회를 잡았다. 올림픽 주최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면서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 선수들이 아이와 함께 입국하는 걸 금지했다가 뒤늦게 허용했다. 대부분의 종목이 남녀 참여를 허용하지만 아직도 50㎞ 경보와 10종경기(여성은 7종경기)는 남성만 참여가 가능하다.

올림픽을 둘러싸고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의 의식 수준은 제자리이거나 심지어 퇴보하는 듯해 안타깝다. TV 중계 방송에선 아직도 ‘태극낭자’ 운운하고, 여성 선수가 짧은 머리를 했다고 해서 남성혐오자라도 되는 듯 낙인 찍는 한심한 상황이 이어진다.

근대올림픽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을 이상으로 여겼다. 성차별은 개인의 '정신승리'를 도울 수 있을진 몰라도 인간의 완성과는 거리가 멀다. 인간의 완성까진 이루지 못할지언정 최소한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고경석 문화스포츠부 차장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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