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또렷한 목표를 세우면 나이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즐기면서 마음껏 도전하길 바란다.”
탁구 여자 단식 64강에서 한국의 신유빈을 상대로 ‘41세 차이’ 명승부를 펼쳤던 탁구 최고령 선수 니시아리안(58ㆍ룩셈부르크)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환갑을 앞둔 나이임에도 니시아리안의 실력은 만만치 않았다. 노련한 변칙 탁구로 신유빈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신유빈이 세트스코어 4-3으로 간신히 이기기는 했지만 니시아리안의 기량은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나이에 굴복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는 노장들의 투혼이 특별한 울림을 주고 있다.
10대 신동이 줄을 잇는 기계체조에서 '마지막 비상'을 한 노장도 있다. 여자 체조계의 '전설'로 불리는 우즈베키스탄의 옥사나 추소비티나(46)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8회 연속 출전이다. 여자 기계체조 역대 올림픽 최고령ㆍ최다 출전 기록을 연거푸 스스로 경신했다.
7세 때 체조를 시작한 추소비티나는 소련 국적으로 국제 무대에 데뷔한 뒤 17세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독립국가연합(CIS) 소속으로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백혈병을 앓았던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독일로 이주해 독일 국가대표로 뛴 경험도 있다. 이후 조국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추소비티나는 25일 단체전 예선 도마 경기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여정을 마쳤다. 경기 후 심판과 대회 관계자 등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은 추소비티나는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에서 내려갔다. 추소비티나는 “올림픽을 위한 에너지는 다 썼다”면서 “이전에도 은퇴를 선언하고 올림픽에 다시 나선 적이 있지만 이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에 9번 연속 출전한 조지아의 사격 선수 니노 살루크바제(52)도 백전노장이다. 살루크바제는 1988 서울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후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무려 9번 연속으로 올림픽 무대에 나섰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아들 초트네 살루크바제(23)와 함께 사격 대표팀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30년 넘게 출전해 온 살루크바제는 시력 저하로 인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
이번 대회의 최고령 선수인 호주 승마 선수 메리 해나(67)도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해나는 이번 대회까지 올림픽에 6번 출전했다. 메달은 없지만 꾸준히 대회에 출전하며 나이와 상관없이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해나는 인터뷰에서 “승마는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멋진 스포츠 중 하나다. 몸 상태가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며 “승마는 내 삶이자 전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 몸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한 파리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독일의 이자벨 베르트는 52세의 나이에 역대 올림픽 승마 종목 최초로 7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이 나이에 뭘"이라고 말하는 수많은 우리들에게, 올림픽 정신을 잃지 않고 "내 나이가 어때서"라 외치며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한편 올림픽 최고령 선수는 1920년 벨기에올림픽에 72세의 나이로 사격 종목에 출전한 스웨덴의 오스카 스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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