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이 가구 업체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 인터뷰
도쿄올림픽 개막 전 화제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였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종이 가구'에 대한 비아냥거림과 혹평이 쏟아졌다. 주로 내구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친환경성을 고려해 제작한 가구라는 주최 측의 해명에도 '성관계 방지용'이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이 논란을 지켜보는 박대희(35) '페이퍼팝' 대표의 마음은 착잡했다. 페이퍼팝은 2013년 설립된 국내 종이 가구 업체. 박 대표는 23일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써보지도 않고 안 좋게 이야기 해서 안타깝다"며 종이 가구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먼저 "종이 침대(프레임)의 경우 일반 택배 박스보다 튼튼하고 4~5배 비싼 크라프트 종이로 만들고 있다"며 "300㎏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크라프트 종이는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색의 빵 봉투, 시멘트 봉투에 쓰이는 소재로, 비닐 봉투의 친환경 대체재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박 대표는 도쿄올림픽 침대가 무너져 내린 건 아치형의 약한 부분만 의도적으로 눌러서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중에 나오는 10㎝ 매트리스 위에서 내가 뛰었을 때도 무너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중을 분산하는 격자구조 프레임이어서 약 70㎏ 정도 성인 남자가 뛰어도 무너지지 않으며, 두 사람이 일부러 한쪽만 집중적으로 충격을 주지 않는 한 나란히 뛰었을 때도 무게를 버티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습기에 약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침대 프레임에 사용되는 올펄프 재질은 섬유질이 촘촘해서 물기가 닿아도 스며들지 않는다"며 "물을 엎지르더라도 간단히 닦아내면 된다"고 말했다. 일반 택배 박스용 골판지의 방수율이 40%라면, 종이 가구용 골판지는 방수율이 95%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과거 박스 제조 회사에 다니다가 종이 가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좋은 재질의 박스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던 중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 구호소에서 골판지 침대가 쓰이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구가 버려지면 매립되거나 소각되면서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데, 종이 가구는 이런 폐가구를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해서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종이 가구 장점 많아... "종이 소파도 구상 중"
그는 종이 가구의 장점으로 ①가볍고 ②튼튼하며 ③재활용이 쉽고 ④가격이 저렴한 데다 ⑤조립할 때 공구가 필요 없다는 점을 꼽는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자취생이 이 업체의 주요 고객이다.
창업 초기에는 페이퍼팝 역시 지금 선수촌 골판지 침대에 쏟아지는 조롱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종이 가구가 가진 환경적 가치에 미래를 걸고, 이런 가치에 맞는 가구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종이 가구에 특화한 나사와 못을 개발해 별도의 공구 없이 조립할 수 있는 방법도 고안했다.
박 대표의 노력은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특성과 맞물리며 2019년에는 연 매출 7억원을 돌파했다. 페이퍼팝은 침대는 물론 수납장, 책상, 책장, 칸막이, 노트북 거치대, 휴대용 의자와 같은 종이 가구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그는 침대에 이어 "소파도 종이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이미 한 차례 완성했지만 약하고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이를 보완해 앉는 부분에는 친환경 라텍스를 사용하는 등 튼튼하고 편안한, 환경 친화적인 소파를 내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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