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서퍼 오웬 라이트, 5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동생의 극진한 간호 덕에 재기에 성공
영국 수영 톰 딘, 두 차례 코로나19 이기고 금메달
호주의 서퍼 오웬 라이트(31)는 지난 27일 일본 스리가사키 해변에서 벌어진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서핑에서 동메달을 딴 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구름 위를 걷는다'는 다소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라이트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5년 전만 해도 평지에서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처지였다.
2015년 12월 하와이의 유명한 해변 파이프라인에서 자유 서핑을 즐기던 라이트에게 갑자기 4.5m가 넘는 거대한 파도가 덮쳤다. 파도를 만나는 일은 서퍼에게 늘 있는 일이지만 그날은 달랐다. 머리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라이트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호주 집으로 돌아온 그는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걷는 방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여동생이자 프로 서퍼인 타일러 라이트가 오빠를 보살폈다. 오웬 라이트는 피나는 재활 끝에 사고 후 1년이 지나서야 서핑 보드에 다시 오를 수 있었다. 그는 2017년 월드서퍼리그(WSL)에 복귀한 뒤 그 해와 이듬해 종합순위 6위, 2019년 9위를 차지하는 등 경기력을 회복하며 도쿄행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이번엔 여동생 타일러 라이트가 쓰러졌다. 오빠를 간호하다가 만성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다. 오웬 라이트는 극진히 여동생을 돌봤고, 힘을 낸 타일러 라이트도 2019년 WSL 정상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했다. 여동생이 복귀전 우승을 차지한 장소는 바로 오빠가 쓰러졌던 하와이 파이프라인이었다. 오랜 공백 탓에 타일러 라이트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오웬 라이트가 여동생 몫까지 해냈다. 그는 "힘들 때 늘 곁을 지켜준 가족 덕에 올림픽 동메달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두 번이나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도 있다.
남자 자유형 200m와 계영 800m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영국의 톰 딘(21)이다.
톰 딘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올림픽을 반 년 앞두고 두 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좌절했다. 증상도 처음보다 더 심해 폐에 통증을 느끼고 기침을 멈출 수 없었다. 올림픽은커녕 수영을 다시 할 수 있을지도 확신하지 못했다. 이런 시련을 딛고 특별한 반전 드라마를 완성한 그는 "금메달은 나에게 100만 마일은 떨어져 있었다. 꿈이 이루어졌다"고 감격했다.
호주 수영 스타 케일리 맥커운(20)은 여자 100m 배영에서 57초47의 올림픽신기록으로 따낸 금메달을 아버지 영전에 바쳤다. 그의 발등에는 '당신과 언제나 함께하겠다'(I'll always be with you)'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지난해 8월 뇌암과 싸우다 별세한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한 문구다.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아버지는 딸이 정상에 서는 모습을 끝내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맥커운은 올림픽 연기가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병원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보며 내가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깨달았다"며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아버지가 실망하실 걸 알았고, 그래서 하루하루를 당연히 여기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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