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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선빵' 날린 혼혈 국가대표 "역사 잘 알기에, 이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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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선빵' 날린 혼혈 국가대표 "역사 잘 알기에, 이기고 싶었다"

입력
2021.07.28 13:42
수정
2021.07.28 13:5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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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진 코퀴야드 올림픽 첫 ‘선제 트라이’
한국 럭비 일본과 11-12위 결정전에서 19-31 패?
첫 올림픽 무대 ‘역사적인 도전’ 마무리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 경기를 마친 후 코퀴야드가 태극기를 펼친 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 경기를 마친 후 코퀴야드가 태극기를 펼친 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럭비의 첫 올림픽 도전을 함께한 혼혈 국가대표 안드레진 코퀴야드(30)에게 이번 올림픽은 특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보며 '눈이 맞아' 부부의 연을 맺은 미국인 아버지(노웰 코퀴야드)와 한국인 어머니(김동수 동덕여대 모델과 교수) 사이에서 1991년 태어난 그는 이날 경기 후 본보와 통화에서 "한국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 시간이었다"며 2020 도쿄올림픽 무대를 마무리한 소감을 전했다.

세계랭킹 31위 한국 남자럭비 대표팀이 첫 올림픽 본선 무대라는 역사적인 여정을 마무리했다. 서천오 감독이 이끈 한국 7인제 럭비 남자대표팀은 28일 오전 9시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11-1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19-31(12-19 7-12)로 패했다. 마지막 순위 결정전에 성사된 한일전에선 이번 대회에서 처음 선제 득점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지만, 세계랭킹 10위의 아시아 최강자 일본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대회 5전 전패로 본선 진출국 가운데 최하위인 12위란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한국 럭비의 존재감을 드러낸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날 누구보다 투지 넘쳤던 선수는 코퀴야드였다. 경기 시작 46초 만에 상대 중앙 수비벽을 뚫고 트라이(미식축구의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이어 코퀴야드는 컨버전 킥(보너스 킥)까지 성공해 7-0으로 앞서갔다. 그 순간을 두고 "일본을 꺾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역사를 잘 알기에 일본만큼은 꼭 꺾고 싶었다"며 "우리 선수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한국의 장정민(왼쪽)이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경기 일본전(11-12위 결정전)에서 득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의 장정민(왼쪽)이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경기 일본전(11-12위 결정전)에서 득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 방 먼저 얻어맞은 일본은 이내 정신이 번쩍 든 듯 매섭게 공격을 몰아쳤다. 이내 트라이와 컨버전 킥까지 성공, 7-7 동점이 됐지만 한국은 또 한번 달아났다. 전반 4분 11초에 장정민(27)이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며 트라이를 성공해 12-7로 앞서갔다. 일본은 다시 한국을 몰아붙였고, 다시 연속 트라이와 컨버전 킥 등으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뒤집어 전반을 12-19로 앞서며 마무리했다.

박빙의 스코어로 후반을 맞은 한국은 급격한 체력 저하로 상대에 득점을 허용했다. 일본에 트라이와 컨버전 킥 1개를 먼저 허용해 12-26으로 밀렸다. 그러나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종료 3분여를 남기고 대표팀 에이스 정연식(28)이 오른쪽 측면을 뚫고 트라이에 성공한 뒤 코퀴야드가 컨버전 킥을 넣어 19-26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추격전은 여기까지였다. 곧바로 트라이를 허용해 19-31로 점수 차가 벌어졌고, 경기는 이대로 끝났다.

럭비대표팀은 재작년 1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세계랭킹 20위권(현재는 21위)을 유지하는 홍콩에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럭비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선 건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약 100년 만이다. 실업팀 3개(한국전력공사·포스코건설·현대글로비스), 대학팀 4개(연세·고려·경희·단국대)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현실에서 거둔 쾌거다.

경기 후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돈 코퀴야드는 "올림픽에 올라 온 과정부터가 기적이었고, 우리들의 활약으로 사람들이 럭비에 대한 매력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됐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경기 전날까지 무릎에 고인 물을 빼는 등 선수로서 국제 무대에 도전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그는 "선수들은 내년 아시안 게임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럭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응원해 주신다면 더 힘이 날 것"이라고 했다.

도쿄=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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