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하다 여겼는데... 놀라움 자체"
배우 김윤석은 베테랑이다. 영화 ‘도둑들’(2012)로 1,000만 관객의 기쁨을 맛봤고, ‘미성년’(2019)으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까지 했다. 영화 기획과 촬영과 편집과 흥행 등 모든 면을 통달한 그마저도 영화 ‘모가디슈’(28일 개봉)는 “과연 가능한 영화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해외 촬영인데다 모로코 도시를 영화 배경에 맞춰 바꿔야 했고, 포장도로 몇 ㎞를 비포장으로 변신시켜야” 했으니까. 26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김윤석은 "무모한 도전"이라 여겼던 ‘모가디슈’ 촬영 과정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남북한 외교관들의 탈출기를 그린 ‘모가디슈’에서 한국 대사 한신성을 연기했다.
김윤석이 류승완 감독과 협업한 것은 ‘모가디슈’가 처음이다. 두 사람은 20년 가까이 왕성한 활동을 펼쳐 왔으니 이번 만남은 늦은 감이 있다. 김윤석은 “저랑 친한 감독과 류 감독이 굉장히 막역한 사이라 오래 얼굴을 봐 왔다”며 “영화 두어 편은 함께했어야 했는데 일정이 서로 엇갈렸다”고 말했다. 그는 몇 차례 출연 불발에도 “류 감독이 ‘모가디슈’ 시나리오를 보내줬는데, 저에게는 러브레터처럼 여겨져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욕심나는 영화였지만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대규모 시위와 시가전 장면이 들어가는데, 조연과 단역 등 수많은 해외 배우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모로코와 소말리아는 인종이 달라 현지에서 배우를 조달할 수 없었거든요. 유럽과 아프리카 각지에서 오디션을 해서 뽑은 배우들을 모로코 항구도시 에사우이라에 다 모았어요. 그들에게 숙식을 다 제공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류 감독이 제가 알던 것보다 더 철두철미한 사람이구나 실감했어요.”
김윤석은 조인성, 허준호와도 연기 호흡을 처음 맞췄다. 김윤석은 "조인성은 ‘비열한 거리’(2006)를 보며 굉장히 좋아하게 된 배우라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캐스팅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고 했다. 그는 또 “조인성은 담백하고 꾸밈없는 연기가 장점인데, 만나보니 성격에서 비롯된 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윤석은 허준호와의 각별한 사연을 밝히기도 했다. “모로코 가기 전 만났는데, 감사하게도 준호 형이 제 팬이라 했어요. 형이 잠시 연기 쉬고 있을 때 ‘황해’(2010) 속 제 모습을 보고선 연기를 다시 하고 싶어졌다고 해요. 촬영현장 뒤에서 늘 조용히 웃으시면서 모두를 다독거려 주신 좋은 분이라 영화·드라마 오래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의 정점은 차량 추격전이다. 남북한 외교관과 가족들이 차량을 나눠 타고 탈출을 시도할 때, 정부군과 반군이 그들을 쫓는 장면이다. 김윤석은 “내부 시사회 때 마치 4DX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 장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촬영 때 총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한 상황에서 운전을 해 정신이 멍했다”며 “촬영을 마치고서야 좌석에서 튀어나온 스프링에 제 바지가 구멍이 난 걸 알았을 정도”라고 사연을 전했다.
지난해 2월 모로코에서 3개월여 촬영을 마치기 직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직전 모로코를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영화는 코로나19 유행 속에 개봉하게 됐다. 김윤석은 “아쉬움이 왜 없겠냐”고 반문하면서도 “‘모가디슈’ 개봉은 굉장히 중요하고 용감한 결단”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답답하고 무더운 이 여름, 관객에게 시원하고 통쾌하고 가치 있는 2시간을 선사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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