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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유용' 규명보다 '제보자 색출' 바쁜 전남 구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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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유용' 규명보다 '제보자 색출' 바쁜 전남 구례군

입력
2021.07.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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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말 전남 구례군 광의면 옛 쓰레기 매립장에 수해로 인해 발생한 재난폐기물과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이 뒤섞인 채 야적돼 있다. 구례군은 당시 자체 비용을 들여 외부에 위탁 처리해야 할 생활폐기물을 국고보조금을 쓸 수 있는 재난폐기물로 둔갑시킨 뒤 반출 처리했다. 독자 제공

지난해 10월 말 전남 구례군 광의면 옛 쓰레기 매립장에 수해로 인해 발생한 재난폐기물과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이 뒤섞인 채 야적돼 있다. 구례군은 당시 자체 비용을 들여 외부에 위탁 처리해야 할 생활폐기물을 국고보조금을 쓸 수 있는 재난폐기물로 둔갑시킨 뒤 반출 처리했다. 독자 제공

"갈수록 가관이다."

재난폐기물 처리비(국고보조금) 유용과 처리물량 조작 의혹 등 폐기물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낸 전남 구례군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구례군이 해당 비위 실태에 대한 개선은커녕 이를 언론에 제보한 직원들을 색출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28일 구례군 등에 따르면 구례군 기획예산실 감사팀은 지난 23일 생활폐기물 적환장에서 관리하는 순차별 계근(計斤) 리스트 등이 한국일보에 유출된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구례군이 지난해 8월 사상 최악의 수해로 인해 발생한 재난폐기물을 수거·처리하는 과정에서 생활폐기물 적환장 계근 리스트에 애초 반입되지 않았던 재난폐기물량이 사후에 추가되는 등 처리물량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한국일보에 보도된 직후였다. 누가 계근 리스트를 넘겨주고 취재에 응했는지 이른바 '공익 제보자'에 대한 색출작업에 나선 것이다. 당시 감시팀은 적환장 근무자 A씨를 상대로 적환장을 들고나는 청소차량의 입·출고 시간과 적재 물량 등을 기록한 엑셀 파일 등 내부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경로를 파악했다. 감사팀은 이어 A씨에게서 해당 자료를 넘겨받은 동료 직원 2명에게 "28일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며 감사장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감사팀은 "출석 불응 시 신분상 불이익 처분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놨다.

그러나 감사팀은 재난폐기물량 조작 의혹과 보조금 유용 규명, 적환장 입·출고관리시스템 부실 관리 실태 등에 대한 조사는 물론 개선 대책 마련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감사팀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유용과 재난폐기물 조작 의혹 등을 언제 조사할지는 구례군이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일보는 구례군이 수해 때 발생한 재난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쓰고 남은 국고보조금을 반납하지 않은 채 생활폐기물 처리비로 유용하고, 재난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처리량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을 잇따라 보도했다. 구례군은 보도 이후 해명 자료를 만들어 감사실과 공유했지만 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해명 자료가 사실상 감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감사도 주무부서(환경교통과)가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환경교통과는 그러면서 적환장 1층 사무실 출입문 잠금장치를 추가하고, 대문 열쇠까지 바꿨다. 국고보조금 전용 등 조직의 부조리를 정화하겠다는 노력보다는 추가 내부 고발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더 커보이는 대목이다.

구례군이 이처럼 공익적 언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들을 보호하려는 우리 사회의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향후 벌어지는 비위 행위에 대해 구성원의 입막음을 한다는 데 문제가 크다. 구례시민사회모임 관계자는 "공익 제보자 색출은 제보자와 동료들을 분리시켜서 제보를 한 사람이 내부에서 버티지 못하게 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제보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구례군이 제보자 색출작업을 벌였다면 상급기관이나 정부 부처에서 감사를 벌여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례군이 재난폐기물 처리비 집행 잔액 66억8,765만 원을 8월까지 더 사용하겠다고 환경부에 사업 변경을 신청해 비난을 사고 있다. 환경부로부터 사업 내용 변경 승인도 받지 않고 사업 종료(2월) 이후에도 4개월간 53억여 원을 멋대로 쓰더니, 이를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보조금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발끈했다. 환경부는 구례군이 추가 처리할 재난폐기물량도 제시하지 않는 등 사업 변경 사유가 명확하지 않아 보완을 요구했다. 한국일보는 언론 제보자 색출 논란과 재난폐기물 처리 사업 변경 사유 등에 대한 구례군의 해명과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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