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단체 9연패 등 압도적 경기력 보인 한국 양궁
중장년층 외 청년층 사이서도 양궁 관심 폭발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 다룬 게시글 적극 공유
양궁 협회의 전폭적 지원, 공정 선발 높이 평가
"양궁이라 쓰고 대한민국이라 읽는다"
"양궁은 은메달을 놓고 세계 각국이 겨루는 종목"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크게 활약한 가운데 양궁 실력의 비결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자 단체전 9연패를 비롯해 압도적 경기력을 보여준 한국 양궁을 향한 환호와 함께 사소한 것 하나까지 알고 싶다며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①강도 높으면서도 독특한 훈련 ②협회의 선수 선발 과정 ③정의선 양궁협회장의 전폭적 지원 ④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수들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죠.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도쿄올림픽에 처음 도입된 양궁 혼성 단체전에서는 남녀 대표팀의 막내인 안산(20·광주여대)과 김제덕(17·경북일고)이 나서 대한민국 대표팀 중 처음으로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 애국가가 울릴 기회를 만들었죠. 두 선수는 생애 첫 올림픽부터 금메달을 따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안산, 장민희(22·인천대), 강채영(25·현대모비스)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대표팀이 25일 1988년 서울올림픽 대회 이후 단체전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고, 우승의 기(氣)를 이어받은 다음 날인 26일 오진혁(40·현대제철),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의 남자 대표팀은 2회 연속 단체전을 제패했죠.
이어 안산이 30일 여자 개인전에서 준결승, 결승에서 잇따라 세트 스코어 5-5 동점에서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를 통해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며 역대 한국 선수 중 하계 올림픽에서 첫 3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지진까지 대비하는 특별한 훈련에 쏠린 관심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특히 양궁 선수들의 독특한 훈련이 화제가 됐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양궁대표팀 흔한 훈련 모습'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에는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소음이 심한 야구장에서 활을 쏘거나 폭우를 맞으면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담겼는데요.
실제로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의 우메노시마 공원 경기장을 똑같이 본뜬 '모의 양궁장'에서 연습했습니다. 소리도 상황에 따라 영어, 일본어로 이뤄진 현장 안내 멘트와 관중 소음, 카메라 셔터음 등을 써서 다양한 효과음도 내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동선 통제와 무관중 상황에 대한 적응도 연습했다고 해요.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은 도쿄 경기장의 기후를 익히기 위해 바닷바람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 전남 신안 자은도에서 특별 훈련을 한 것입니다.
누리꾼들은 "(금메달이)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구나", "단순한 열심과 정직이 아니다. 그 이상을 넘어섰다", "저게 진짜 광기" 등의 반응을 보였고요.
'양궁이 제일 쉬웠다는 대표팀 훈련 과정'이라는 한 카페 글에는 다이빙, 한겨울 혹한기 행군, 설산 등반, 지진 훈련 등 양궁 대표팀의 훈련이 나와 있어요. 누리꾼들은 "킬러를 키우는 것 아니냐", "선수들의 정신력이 이해가 간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국가대표가 어렵다", "흔들려 봐야 흔들리지 않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도현 양궁협회 기획실장은 26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금메달의 비결을 전했는데요.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받고 선발되기에 계속 강국일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실장은 "(국내에는) 상위권 선수층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경쟁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협회장님의 지원과 관심이 성공 비결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와 함께 심리 상담을 해주시는 상담사님이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양궁협회도 다른 프로그램으로 지원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선수들이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경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진 대비 훈련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 "양궁 대표팀, 하고 싶은 거 다해"
한편 커뮤니티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의 양궁 후원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양궁에 미쳐버린 현대차'라는 한 카페 게시글에는 양궁에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관련 기사가 소개됐는데요. 2016 리우올림픽 때는 브라질의 치안 환경이 열악하다며 선수들이 경기장 가까운 곳에서 쉴 수 있도록 간이 침대, 조리시설 등을 갖춘 고급 리무진 버스를 지원했다는 미담도 담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고정밀 슈팅머신, 심박수 측정 장비, 선수 맞춤형 그립 등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그룹 관련 회사들이 다양한 기술 지원을 해왔다는 것이 소개되자 누리꾼들은 "양궁에 진심이다", "다른 비인기 종목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재원과 재능의 합작품" 등의 반응을 보였어요.
현대차그룹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의선 회장까지 37년 동안 비인기 종목이었던 양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습니다. 그동안 양궁에 투자한 금액만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어요.
특히 정의선 회장은 지난주 미국 출장을 마치자마자 도쿄로 날아가 양궁 대표님을 현장에서 응원했는데요. 여자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는 관중석에 앉아 응원을 펼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NBC 방송의 중계진 릭 메키니는 이런 양궁 육성 프로그램에 대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어요. 그는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을 중계하며 "한국 양궁(협회)은 필요한 곳에 투자한다"면서 "많은 선수가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한민국의 훈련 방식은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력만 본다"는 선발 과정에 환호하기도
한편 혼성 단체전에서 막내 안산과 김제덕이 활약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양궁협회의 '공정'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김제덕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배경을 소개하며 공정성 화두를 던졌는데요. 글은 김제덕 선수가 부상 때문에 지난해 선발전에 출전할 수 없었으나 코로나19로 올림픽이 미뤄져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어요.
그러면서 선수가 이미 정해졌음에도 다시 국가대표를 뽑기로 한 양궁협회의 결정을 강조했습니다. '가장 잘 쏘는 선수가 대회에 출전한다는 원칙'으로 양궁협회는 선수들의 최근 기량을 다시 확인했고 마지막 선발전이었던 랭킹 라운드(예선전)에서 688점을 쏘며 1위를 한 김제덕이 출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인데요. 여자팀 막내인 안산 역시 680점을 받으며 1위를 했습니다.
오로지 성적만으로 대표를 선발해 안산, 김제덕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는 내용에 누리꾼들은 "(다른 종목 협회들이) 양궁협회 반만 본받아도 한국 스포츠는 더 발전했을 것", "모든 스포츠 협회가 이렇다면 메달을 엄청 가져올 것"이라며 엄지척을 했죠.
또 "나이 많다고(1981년생 오진혁), 또 나이 어리다고(2004년생 김제덕) 눈치 주지 않으며 실력만 보는 양궁협회 문화가 10~40대의 인재풀을 가능하게 했다"고 호응하기도 했습니다.
'양궁 선수가 직접 말하는 대한민국이 양궁을 잘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카페 글에서는 KBS스포츠 '도쿄올림픽 가이드북'에 나온 국가대표 출신 기보배 KBS 해설위원의 말이 담겼어요. 기보배 선수는 한국 양궁의 저력이 '투명성, 공정성, 무한경쟁'에서 나온다고 말했는데요.
또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피말리는 선발과정'이라는 글에는 오로지 4,055발의 화살만으로 국가대표가 결정되는 양궁계의 치열한 경쟁이 묘사됐어요. 게시글은 선수들이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양궁에서는 경기력 중 심리적인 부분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담았는데요.
누리꾼들은 "진짜 실력만으로 뽑아서 너무 멋있는 스포츠다", "모든 종목이 다 이렇게 선발해야 한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얼마나 힘들고 멘털이 부서질까" 하는 걱정도 나타냈는데요.
이도현 양궁협회 기획실장은 인터뷰에서 어떻게 막내들이 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안산·김제덕) 두 선수 모두 나이로는 각각 남녀 선수단의 막내지만 고참 선수들 이상으로 차분하고 당찬 스타일"이라며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총 6개월 동안 다섯 차례 국가대표 선발전, 평가전을 치르면서 총 3,000발 이상의 화살을 쏜 결과를 바탕으로 올림픽 무대에 섰기 때문에 이 두 선수들의 성적인 전혀 어색한 결과라고는 볼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김제덕의 '빠(파)이팅'과 안산의 키
양궁 선수들의 이모저모도 화제가 됐죠.
혼성 단체전이 끝난 24일 트위터에는 "코리아 빠이팅(파이팅)"이라고 외치는 김제덕 옆에 안산이 눈을 질끈 감는 동영상이 게시됐습니다. 누리꾼들은 "케미가 좋다", "우리도 힘이 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는데요. 둘의 영상은 수만 회 리트윗됐습니다.
특히 김제덕의 포효는 커뮤니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이도현 실장은 김제덕의 "빠이팅"에 선수들이 깜짝깜짝 놀란다는 질문에 '하나의 전략'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김제덕 선수가 평소 국내 대회에서는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처음 서는 상황에서 긴장도 풀고 팀에는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상대 선수들한테는 어린 선수로서 나름 자신감을 표출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경기 후에 전해 들었다"고 말했어요.
젊은 여성 회원이 많은 여초 카페에서는 안산의 큰 키가 주목받았습니다. 누리꾼들은 안산의 키가 170㎝나 된다며 "멋있다", "양궁도 잘하고 매력이 넘친다", "여자 단체전 선수들 키가 되게 크다"는 반응을 보였죠.
이도현 실장은 "여자 단체전 선수들 키를 얘기하기도 하던데, 신체 조건도 강팀이 되는데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신장이나 힘, 화살의 강도가 더 세지면 바람을 흔들리는 게 상대적으로 적어진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이번에 선발된 여자 선수들은 전체 선수들 중에서 가장 무거운 파운드의 활, 강도 높은 활을 쏜다"며 "남자 선수들과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강한 활들을 쏘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것이 좀 더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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