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제품 및 염화칼륨 거래 제한 검토
루카셴코 독재 정권 자금줄 직접 겨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숨통을 조이려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벨라루스 부정선거와 올해 항공기 강제 착륙 사건을 계기로 각종 경제 제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정권 자금줄을 옥죄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벨라루스 권위주의 지도자를 겨냥한 새로운 경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번 움직임은 루카셴코를 더욱 고립시키는 게 목표”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루카셴코 정권의 주요 수입원인 석유 제품과 염화칼륨 거래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 같은 구상은 지난 5월 이른바 ‘항공기 공중납치’ 사건 이후 이어져 온 서방 사회의 벨라루스 압박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벨라루스가 반(反)체제 언론인 로만 프로타세비치 체포를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아일랜드 국적 항공기를 강제 착륙시키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인권침해를 문제 삼아 각종 제재를 부과했다.
EU 회원국들은 즉시 자국 항공사들의 벨라루스 영공 비행 중단을 권고하며 하늘 길을 틀어막았다. 이 나라가 거둬들이는 영공 이용료 수입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였다. 지난달엔 벨라루스 고위 관계자 78명과 정권을 후원하는 8개 단체의 자산을 동결하고 탄산칼륨 비료 수출, 담배 산업·석유화학 제품 등 거래도 일부 금지했다. 미 국무부 역시 당시 현지 관리 46명의 미국 입국을 불허하고 5개 기관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더해 이번엔 아예 루카셴코 정권 자금 통로를 직접 겨냥해 추가 제재를 가하려 하는 것이다.
제재 논의는 최근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의 방미로 급물살을 탔다. 티하놉스카야는 지난 20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잇따라 만나 벨라루스 독립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지원, 루카셴코 정권에 대한 경제 압박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WSJ에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벨라루스 현 정부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미국이 벨라루스의 우방인 러시아도 함께 겨눌지는 불투명하다.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벨라루스는 다른 나라와 연결돼선 안 되는 독립 국가”라고 선을 그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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