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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100명' 英 퀸 엘리자베스호는 귀환 않고 한국 온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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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100명' 英 퀸 엘리자베스호는 귀환 않고 한국 온다, 왜?

입력
2021.07.26 07:00
수정
2021.07.26 09: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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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와 달리 출항 전 전원 백신 접종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가 5월 영국 포츠머스 해군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포츠머스=AP 연합뉴스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가 5월 영국 포츠머스 해군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포츠머스=AP 연합뉴스

과거 대영제국의 영화를 재현하려 야심 차게 40여 개국 순방길에 오른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6만5,000톤급)가 최근 악재를 만났다. 출항 두 달째로 접어든 14일 기항지 키프로스 리마솔항에서 승조원 100여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것. 아프리카 해역에 파병된 우리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톤급)에서 최초 코로나19 환자가 나오기 하루 전이었다.

그러나 퀸 엘리자베스호를 필두로 8척의 군함으로 구성된 영국 항모전단은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항모전단은 5월 출항해 최근 아덴만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현재 인도양 인근을 항해 중이다. 이르면 내달 말 부산에 도착한다. 앞서 21일 방한한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서욱 국방부 장관을 만나 “5세대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전단의 부산 입항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국의 관심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순방 지속 의지를 거두지 않았다.

백신 접종 완료... "확진자 급증도 없어"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가 6일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수에즈운하=AFP 연합뉴스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가 6일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수에즈운하=AFP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작전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완벽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책이 있다. 퀸 엘리자베스호 1,400여 명을 포함, 항모 전단 승조원 3,700여 명 전원은 출항 당시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 덕인지 백신을 맞은 뒤에도 확진되는 ‘돌파 감염’ 사례가 나왔지만, 중증 환자도 없고 대규모 확산으로 번지지도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영 국방장관 회담 때 영국 측이 정확한 확진자 수를 알려주지는 않았으나 환자가 급증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월러스 장관도 이런 상황을 의식해 ‘신경 써서 잘 관리(manage)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노(NO)백신 상태로 출항한 문무대왕함에서 6명이 처음 확진된 뒤 감염률이 순식간에 90%로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25일 한 명이 추가 양성 판정을 받아 청해부대 누적 확진자는 272명(총 301명)으로 늘었다. 영국 항모전단의 감염률은 3%도 안 된다.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태운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가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착륙한 뒤 장병들이 기체에서 내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태운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가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착륙한 뒤 장병들이 기체에서 내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2017년 취역한 퀸 엘리자베스호는 의료 인력과 시설, 치료 공간을 충분히 구비하는 등 방역 인프라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치료와 격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취역 시점(2004년)도 훨씬 앞서고 크기도 퀸 엘리자베스호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은 문무대왕함은 그럴 형편이 못됐다. 실제 청해부대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의무실 침대가 4개뿐인데, 확진자가 급증하다 보니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도 의무실을 비워야 했다”고 증언했다.

무엇보다 올해 1월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발효 후 아시아지역에서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에 나선 영국으로선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ㆍ일본과의 합동 훈련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영국은 내심 한국과도 공동 훈련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입항 행사 축소되나… "방역당국과 협의 중"

서욱(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과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서욱(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과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통상 외국 군함이 국내에 기항하면 미디어데이를 비롯한 다양한 친선교류 및 군사외교 행사를 진행한다. 우리 측은 영국 승조원들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6ㆍ25전쟁 참전용사들에게 참배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영국 측은 부산에서 태평양미래포럼 등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국내 코로나19 변수로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관련 논의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회담 보도자료에 항모전단 입항 내용이 일절 담기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로 뭇매를 맞고 있는 군 당국 입장에선 100여 명이 확진된 영국 항모의 방한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청해부대원들이 기항했던 아프리카 현지 당국이 집단감염을 이유로 문무대왕함의 입항을 거부한 사실이 공개돼 더욱 난처해졌다. 퀸 엘리자베스호의 입항 필요성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르는 것이다.

반대로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 영국이 먼저 입항을 꺼릴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승조원들이 항모에서 내려 바이러스를 퍼뜨리거나, 거꾸로 승조원들이 한국에서 감염되는 등 우리나 영국이나 걱정스러운 건 마찬가지”라며 “입항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방역 당국과 계속 협의해 행사 규모와 수준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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