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대검 지휘부 내 의견 엇갈려 결론 못내
황창규·구현모 포함 여부 및 기소 규모에 촉각
"향후 유사사건 선례... 법조계·재계 관심 지대"
검찰이 'KT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대상과 규모를 두고 막판 고심에 빠졌다. 황창규 전 KT 회장와 구현모 대표 등 윗선 조사까지 마무리해 사실상 수사는 끝난 상태지만, 대검 지휘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황 전 회장을 포함해 수사선상에 오른 KT 전·현직 임직원 모두 기소할지 여부가 가장 큰 고민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수사가 전례가 드문 만큼, 이번 수사 결론이 향후 유사 사건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이 상당한 점도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 5월과 6월 맹모 전 KT 사장과 구현모 현 KT 대표, 황창규 전 KT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황 전 회장 등 KT 전·현직 고위 임원 7명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이를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11억5,0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 원의 불법 후원금을 쪼개서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은 당초 KT 전·현직 고위층 조사를 끝낸 만큼, 검찰 중간간부 인사(6월 25일)에 앞서 수사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대검 지휘부와 서울중앙지검 내에서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공은 현재 수사팀에게 넘어왔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새롭게 꾸려진 지휘부는 최근까지도 KT 수사 결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검찰은 일단 황창규 전 회장을 정점에 두고 수사대상 모두를 사법처리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기업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황 전 회장이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의원 다수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사실을 최고경영자가 몰랐다고 하면 쉽게 납득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황 전 회장을 제외하고 구현모 대표 및 전·현직 임원들을 기소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현재 KT의 수장이고 수사대상 대부분도 현재 KT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어, 이들이 모두 기소될 경우 KT가 받을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구 대표와 임원들을 기소할 경우, 가담 정도가 상이한 임원들에 대한 처벌 여부와 수위도 검찰의 고민거리다. 당시 정치권 대관 담당 임원이던 맹모 전 사장과 황 전 회장의 비서실장이던 구 대표 가운데 어느 쪽에 책임을 더 둘지에 따라 기소 대상과 인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검찰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식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르면 이달 말 최종 결론을 낼 전망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최초 범행연도(2014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올해 공소시효가 끝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팀에서 중요 범죄사실과 공소시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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