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외교 토대 구축 및 합의 후속 조치 논의
비확산 전문 베테랑… 북핵 협력 타진 가능성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이 부쩍 바빠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라이벌인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걸면서다. 중국과는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첫 회담 성사 토대 구축, 러시아와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합의 후속 조치 논의가 각각 핵심 미션인데, 셔먼 부장관의 관록과 무관하지 않다.
24일(현지시간) 미 정부 고위 당국자의 전화 브리핑에 따르면, 26일 셔먼 부장관이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및 중국 외교부의 대미 업무 담당 차관 격인 셰펑 부부장과 회동하는 목적은 구체적 현안 관련 협상이라기보다는 미중 간 고위급 소통 채널의 복원이다.
이 당국자는 “노련한 외교관인 셔먼 부장관이 미국과 동맹의 이익과 가치를 솔직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미중 간 경쟁이 같은 규칙에 따라 평평한 운동장에서 이뤄져야 하고, 충돌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입장도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 관리 성격이 강한 이번 회담의 핵심 목표는 올 10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첫 대면 정상회담 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올 초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가 사실상 갈등으로 점철돼 온 만큼 쉽지 않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방중 직후 셔먼 부장관이 곧장 접촉하는 나라도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러시아다. 미 국무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전략적 안정성(핵군축) 대화가 예정돼 있는데, 셔먼 부장관이 자국 대표로 나서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대화는 지난달 미러 정상 간 군비 감축 관련 합의에 따른 후속 협의 성격이다. 당시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핵전쟁 위협 감소 등을 위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유일한 양국 간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대체하기 위한 협상에 착수하기로 뜻을 모았다. 해당 협정은 2026년 종료된다.
셔먼 부장관이 한반도와 이란을 모두 경험한 핵 비확산 전문 베테랑 외교관인 만큼 양국과의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현안 관련 협력 가능성이 타진될 공산도 크다. 빌 클린턴 2기 행정부 말기인 1999~2001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맡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2000년)에 동행하는 등 대북 외교에 깊숙이 간여했던 그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 때에도 핵 협상을 위해 기용돼 주로 이란 문제에 집중하며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타결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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