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대게잡이 어선 빌렸다 침몰사고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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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짜 수산업자, 대게잡이 어선 빌렸다 침몰사고 겪었다

입력
2021.07.25 13:30
수정
2021.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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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서 1년 계약 어선 임차
계약 열흘 만에 경주 앞바다서 전복
일본 해상까지 표류…조업 전혀 못해
경찰에 선주 사기 혐의 고소했다 취하
"로비용 수산물 잡으려 빌렸을 것" 관측

경북 포항 구룡포선적 대게잡이 배 한 척이 2019년 8월 27일 경북 경주 감포항 동쪽 105㎞ 떨어진 바다에서 뒤집혀 표류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수산업계 재력가 행세를 하며 100억 원대 오징어 투자 사기를 벌인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2년 전 대게잡이 배 한 척을 빌렸다가 열흘 만에 침몰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사고로 대게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고, 지난해 12월 "임차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선주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가 돌연 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2019년 8월쯤 자신의 고향인 경북 포항 남구 구룡포읍에서 어민 A씨 소유의 대게잡이 배 B호(9.77톤)를 빌렸다. 당시 김씨는 A씨를 직접 만나지 않았고, 어선 중개업자 C씨를 통해 임차했다. 기간은 1년이었고, 선주에게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450만 원을 주기로 했다.

김씨가 A씨 계좌로 3,000만 원을 송금하고 열흘이 지난 8월 27일 오전 8시 51분쯤, B호는 경주 감포항 동쪽 105㎞ 거리 바다에서 전복됐다. 붉은대게(홍게)를 잡기 위해 미리 쳐놓은 어구를 끌어올리다가 배가 기울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배에는 선장 1명을 포함해 7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다른 어선이 발견해 모두 구조됐다. 하지만 배는 완전히 가라앉았고, 일본 EEZ(배타적경제수역)까지 떠내려갔다. 결국 선주 A씨는 일본 정부에 협조를 구해 배를 끌고 왔다.

해양경찰이 전복된 어선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침몰된 B호는 이 사고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출항하지 못했다. 김씨 역시 대게 등 수산물을 전혀 얻지 못했고, 선주 A씨도 선박 복구에 1억7,000만 원의 돈을 쓰는 등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12월 A씨에게 선박 사기를 당했다며 포항남부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김씨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한 적이 있다"며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자, 얼마 뒤 취하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남의 배를 빌려가자마자 침몰시켜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약속한 월 임차비 450만 원도 주지 않더니 사기죄로 고소해 황당했다"며 "김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선박 중개업자를 통해 거래했는데 중개업자도 연락이 안 돼 답답했다"고 말했다.

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수산업체 주소지로 등록한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구룡포리 건물 외관. 김씨가 어릴 적 살던 집으로, 수산업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혜 기자

선동오징어 투자 사기를 벌인 김씨가 오징어잡이 배가 아닌 대게잡이 어선 한 척을 빌린 것으로 알려지자, 임차 이유를 놓고 구룡포 지역에서도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씨가 대게와 독도새우 등 동해안 고급 특산물을 언론사 간부들과 유력 정치인들에게 자주 선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어민들은 로비에 쓸 수산물을 얻으려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 구룡포의 한 어민은 "김씨가 오징어 사기로 투자자를 속일 목적이었다면 집어등이 주렁주렁 달린 채낚기 어선을 빌렸을 것"이라며 "정치권 법조계 언론계에 대게와 독도새우 선물을 많이 한 걸로 봐서 로비용이 아니었나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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