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쿠팡 물류센터 일해 보니..."로켓배송 이면엔 새벽 4시 '33℃' 열돔"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폭염 속 쿠팡 물류센터 일해 보니..."로켓배송 이면엔 새벽 4시 '33℃' 열돔"

입력
2021.07.22 04:30
0 0

경기 고양시의 쿠팡 물류센터 내부. 한 층이 3개로 나눠져 있다. 조소진 기자

“포도당 챙겨 먹으면서 일해요. 안 그러면 쓰러져. 작업장 새벽 4시 온도가 33℃였다는데 오늘은 물량도 터지네.”

'코로나 특수'를 맞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처음으로 들었던 얘기다. 폭염에 치를 떨면서도 노동을 해야 하는 이들은 "쿠팡 로켓배송의 연료는 사람"이라고 했다. 딱 10시간을 있어 보니 실감이 됐다.

창문과 에어컨 없는 ‘인공 열돔’

한 층이 3개로 나눠져 있는 고양 쿠팡 물류센터에 상품이 담긴 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다. 조소진 기자

낮 최고 기온이 35℃까지 치솟으며 폭염의 시작을 알렸던 지난 13일 경기 고양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일 노동을 했다. 고양 물류센터는 쿠팡의 5대 '메가 물류센터' 중 한 곳이다. 연면적이 13만2,231㎡(4만 평)로 지상 7층 규모다. 축구장 17개 크기인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3,300여 명이 일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출고(OB) 업무 중 ‘집품(picking)’을 했다. ‘쿠파고(쿠팡+알파고)’라고 불리는 인공지능(AI)이 지시하는 물건을 토트(상자)에 담아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 포장 단계로 보내는 일이었다. 시작한 지 20분 만에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토트 5개를 채웠을 뿐인데 건식사우나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땀 흡수가 잘된다는 쿨 티셔츠와 트레이닝복 바지, 여기저기 바른 데오드란트도 소용없었다. 땀 찬 허벅지에 바지가 엉겨 붙었고 뒷목에서 시작한 땀이 어깨를 타고 팔까지 내려왔다. 축축해진 KF94 마스크는 호흡을 더욱 가쁘게 했다.

노동자들은 고양 물류센터를 ‘인공 열돔’에 비유했다. 열기가 빠져나갈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열리지 않는 통유리가 있었다. 축구장 2.5개 크기의 작업장은 선풍기 9대와 환풍기 3개에 의존했다. 물건과 상자가 빼곡하게 차 있는 선반에는 그나마 뜨거운 바람조차 오지 않았다. 쿠팡 물류센터 한 층은 4-1, 4-2, 4-3의 렉으로 나뉘는 메자닌 구조인데, 위로 올라갈수록 더 뜨거웠다. 렉 가운데서 쉬지 않고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는 열기를 더했다.

"상자 뜯을 때 1분씩 눈치껏 쉬어" 따로 없는 휴식시간

21일 오전 11시쯤 한 쿠팡 물류센터의 실내 온도는 33도였다. 독자 제공

오후 1시 안전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행정안전부가 폭염 경보를 보내며 열사병 등 온열질환 예방 3대 수칙을 알렸다. ‘물, 그늘, 휴식.’ 더우면 잠시 쉬라는 문자였지만 0.1초도 쉴 수 없었다. 안전보건공단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50분 일하고 10분 쉬라고 권고해도 따로 휴식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휴식은 점심시간 1시간이 다였다. 그 외 교육시간을 빼고 8시간 동안 쿠파고는 쉴 틈을 주지 않고 빨리 하라고 재촉했다.

특히 로켓배송 마감시간은 속도 압박 때문에 피가 마르는 듯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주간 4번, 야간 5번 마감을 진행한다. 마감시간 PDA에는 빨간 불이 가득했다. '긴급 피킹 건입니다. 신속히 작업해주세요!'라는 글귀부터, “신속히 토트풀(집품완료)해달라”는 캡틴의 방송까지. 모두가 “빨리”를 외치며 재촉했다. 사우나 같은 환경에서 반복해 허리를 숙여 물건을 담고 빨리 움직여야 했다.

업무 속도를 조절하기도 어려웠다. 오후 5시 마감을 앞두고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자 노란 조끼를 입은 PS(문제처리) 직원이 다가왔다. 무전기에서는 “사원님, B13열에 있다”는 캡틴(관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쿠파고는 실시간으로 위치와 작업 속도를 보고 있는 듯했다. 쉬는 시간은 없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따로 없어요. 위치 바코드 찍고, 상자 뜯으면서 1분씩 눈치껏 앉아 있어요. 오래 쉬면 이름 적어 가요.” 다른 사원들이 선풍기 근처에서 카트를 천천히 밀었던 게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로켓배송 이면의 노동구조, 이대로 괜찮을까

경기 고양 쿠팡물류센터 휴게실에서 일일 노동자들이 교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조소진 기자

에어컨 없이 평균 33도에서 장시간 ‘빨리 빨리’ 일해야 하는 건 쉽지 않은 노동 환경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야외 노동자와 고열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적용받아 폭염 시 휴식을 취하게 돼 있다.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처럼 고온에서 일하는 실내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은 따로 없다.

2014년 3월 로켓배송을 시작한 뒤 쿠팡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다음 날이면 문 앞에 물건이 와 있는 빠른 배송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로켓배송으로 몰렸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사람에 의존하는 로켓배송 이면의 노동구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쿠팡 물류센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용직들은 8시간 일하고 8만2,180원을 받는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폭염에도 '빨리' '많이' 일할 것을 강요받는 대가다.

조소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