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 귀환 기자회견서 기후변화 거론
거액 기부 약속… CNN "돈잔치 비난 의식"
“돈 낸 아마존 고객·직원에 감사” 소감 빈축
우주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한 제프 베이조스(57) 아마존 이사회 의장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우주 대신 기후 위기가 닥친 지구나 박봉의 지구인들에게 돈 좀 쓰라”는 비난도 “우주에서 봐야만 연약한 지구가 제대로 보인다”는 논리와 거액 기부 약속으로 무마해 보려는 기색이다. 그럼에도 빈축을 피할 순 없었다.
세계 최고 부자인 베이조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州)에서 자신이 세운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고도 66.5마일(107㎞)까지 올라갔던 10분간의 우주 여행을 끝낸 뒤 지구에 무사히 안착하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탑승 전 썼던 카우보이모자를 다시 쓰고 로켓에서 내린 그는 동료 우주인과 포옹한 뒤 샴페인을 터뜨렸다. “행복하다”를 세 번 외치기도 했다.
우주 체험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이 정의하는 지구와 우주 간 경계 ‘카르만 라인’(고도 100㎞)을 로켓이 돌파해 최고 높이에 도달하자, 탑승자들은 함성을 질렀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극미중력 상태에서 공중제비도 했다. 베이조스 형제는 손바닥을 펼쳐 출발 전 적었던 “안녕 엄마”라는 인사말을 공개했다.
사실 이번 우주 여행을 두고 애초 ‘쾌락을 위한 갑부들의 사치’라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 노동장관은 15일 트위터에 “억만장자들의 우주 비행은 진보의 신호가 아니다. 나머지 인류가 고통받는 동안 선택된 소수가 지구를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기괴한 불평등의 징표”라고 힐난했다. 영국 BBC방송도 이날 “직원 급여 인상이나 기후 변화 대처에 사용될 돈이 부자들의 놀이기구에 쓰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구를 위해서’라는 명분도 궁색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날 “로켓 발사 때나 착륙 때 방출되는 엄청난 양의 열과 이산화탄소, 발사체 배출물이 성층권 오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오히려 지구에 해롭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 여행은 돈 쓸 가치가 있다는 게 베이조스의 항변이다. 귀환 뒤 기자회견에서 그는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는 작고 연약한 존재였고, 우리는 지구를 손상시키고 있다”며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실제 눈으로 확인하는 건 별개”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지구를 병들게 해버린 현실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우주에만 재산을 쓰는 건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선사업가인 호세 안드레스와 사회 활동가 밴 존스에게 각각 1억 달러(1,150억 원)씩 전달하겠다고 기자회견 때 밝힌 것이다. 이미 그는 여행 직전 미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협회에 같은 금액인 2억 달러를 낸 상태였다. 미 CNN방송은 ‘억만장자들의 돈 잔치’라는 세간의 질타를 의식한 기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뜩이나 시선이 곱지 않은데, 시비의 빌미를 제공하는 부주의한 발언도 나왔다. 회견에서 베이조스는 “모든 아마존 직원과 고객에게 감사하고 싶다”며 그 이유를 “당신들이 이 모든 걸 지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베이조스는 자신과 아마존이 아무것도 내지 않는 사이, 이 나라를 꾸려 나가려 세금을 내는 근면한 미국인들에게 감사하는 걸 잊었다”고 지적했다. AP 통신은 아마존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혹평을 불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스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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