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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공연은 계속돼야죠, 안전한 방식으로" 소규모 단독 콘서트 연 예빛·이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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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공연은 계속돼야죠, 안전한 방식으로" 소규모 단독 콘서트 연 예빛·이루리

입력
2021.07.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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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콘서트 ‘튠업 스테이지: 오! 썸머!’?무대 올라
23~31일 일레인 신지훈 유라 송예린도 공연

16, 17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각각 단독 공연을 연 가수 예빛(오른쪽)과 이루리. CJ문화재단 제공

16, 17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각각 단독 공연을 연 가수 예빛(오른쪽)과 이루리. CJ문화재단 제공

"여러분들의 말을 못 들으니까 속상하네요. 어서 코로나가 종식돼서 여러분의 큰 함성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인디 싱어송라이터 예빛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짧은 박수 끝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곡과 곡 사이의 적막을 채우기 위해 가수는 곡을 쓰게 된 계기나 자신의 일상을 간단히 소개하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응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객석에 질문을 던지고선 스스로 대답하기도 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1시간쯤 기타 연주와 함께 공연을 이어가던 그는 3년 전 발표한 데뷔곡인 ‘늦여름’을 불렀다. ‘깜짝할 새 지나간 여름날에 / 물들어버린 우리의 날 새도록 / 잠들지 못하던 우린 / 그새 아주 많이 닮아 있구나’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회고조의 곡이다. 고교 3학년이던 2018년 그에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동상을 안겨준 곡이기도 하다. 폭염의 한복판에서 공연을 연 예빛은 차갑게 식어버린 첫사랑에 대해 노래하며 잠시나마 늦여름의 선선한 공기를 공연장에 불어넣었다.

예빛의 단독 공연이 열린 16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선 코로나 시대의 소규모 콘서트가 어떻게 자리잡아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스탠딩 공연 시 200여 명이 들어설 수 있는 객석에는 50여 명만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띄엄띄엄 놓였고, 마스크를 쓴 관객들은 오로지 박수소리와 작은 웃음소리로만 호응하며 조용히 공연을 지켜봤다. BPM(분당 비트 수) 수치가 낮은 곡이 주를 이룬 탓도 있지만 입을 꽉 다문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애써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듯 조심스러웠다.

16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각각 단독 공연을 연 가수 예빛. CJ문화재단 제공

16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각각 단독 공연을 연 가수 예빛. CJ문화재단 제공

예빛은 코로나 시국에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유튜브에 다른 가수의 커버 곡 영상을 올려 얼굴을 알린 그는 구독자가 30만 명에 이르는 'SNS 스타'다. 정규 앨범 없이 싱글만 내놓은 상태에서 지난해부터 무대에 올랐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객과 함께한 정상적인 공연은 아직 한 번도 못했다는 뜻이다. 팬데믹 초기엔 단 두 명 앞에서 공연하기도 했단다. 공연 후에 만난 그는 “코로나 시대에 공연을 해도 될까 하는 딜레마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소규모라도 공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면서 “관객 앞에서 공연할 때 비로소 ‘내가 음악을 하고 있구나’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음날 같은 무대에선 싱어송라이터 이루리가 공연했다. 2011년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의 베이시스트로 데뷔해 2018년 솔로로 나선 그는 현재 인디음악계에서 가장 바쁜 여성 음악인 중 한 명이다. 솔로로 두 장의 미니앨범(EP)과 9개의 싱글을 냈고 밴드 서울문, 듀오 ‘이성경X이루리’ 등 다양한 프로젝트 작업을 하며 30개 이상의 싱글을 발표했다.

10여년간 수많은 무대에 섰던 그도 팬데믹 상황의 공연장은 낯선 듯했다. 솔로 데뷔 EP ‘Rise From the Ashes’의 첫 곡 ‘Light Beside You’로 공연을 시작한 그는 관객에게 “2009년부터 공연을 했고 바이바이배드맨으로 이 곳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콘서트를 하는 건 처음이라 느낌이 새롭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의 분위기도 전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빛의 음악보다 좀 더 록적인 요소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객석의 온도까지 끌어올릴 순 없었다. 팬데믹 상황만 아니었다면 공연에 관심도 없는 관객들이 어디선가 끌려온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객석은 차분하고 조용했다. 곡과 곡 사이엔 잠깐의 박수 끝에 어김 없이 어색한 정적이 흘렀고, 마이크를 앞에 둔 가수는 객석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지 않게 이런저런 이야기로 관객과 소통했다.

공연은 후반부에 이르러 화장품 CF에 삽입돼 유명해진 ‘환상’, 시티팝 넘버 ‘Dive’와 함께 무르익었지만, 공연장의 온도는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내적으로 뜨거워도 외적으론 뜨거울 수 없는 팬데믹 시대의 공연장 풍경이었다. 이루리는 관객에게 “이런 와중에도 공연을 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고 방역 수칙을 모두 잘 지키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루리가 공연을 연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예년 같았으면 단독 공연을 수 차례 열고 각종 페스티벌 무대에도 초청받았겠지만 기획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프라인 공연을 열지 못하는 갈증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같은 온라인에서의 소통으로 채웠다. 이날 공연을 마치고 만난 그는 “바뀐 공연장 풍경이 낯설었는데 음악이 직업인 사람으로서 변화된 상황 속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공연 문화에 적응해가는 게 과제인 듯하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각각 단독 공연을 연 인디 싱어송라이터 이루리. CJ문화재단 제공

17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각각 단독 공연을 연 인디 싱어송라이터 이루리. CJ문화재단 제공

두 공연은 CJ문화재단이 16일부터 31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6명의 여성 인디 음악인을 소개하는 릴레이 콘서트 ‘튠업 스테이지: 오! 썸머!(Oh! Summer!)’의 첫 주 무대였다. CJ문화재단의 인디 음악인 지원사업 ‘튠업’에 선정됐거나 재단이 2014년부터 후원해온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여성 음악인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예빛과 이루리에 이어 일레인(23일), 신지훈(24일), 유라(30일), 송예린(31일)이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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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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