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뜬 한국 여성 심판들 “우린 국가대표 포청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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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뜬 한국 여성 심판들 “우린 국가대표 포청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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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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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애틀란타 유도 銀 현숙희, 심판으로 도쿄행
강주희 배구 국제심판은 리우 이어 2회 연속 파견
리우 때 심판 파견 못했던 축구, 김경민-이슬기 출격


현숙희 유도 국제심판이 지난달 헝가리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 대회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현숙희 심판 제공

1996년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 여자 유도 52㎏급 은메달리스트 현숙희(48)는 23일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치른다. 1999년 심판으로 변신한 지 22년 만에 유도 종주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 국제심판으로 선발되면서다. 21일 일본 도쿄에 입국한 ‘심판 현숙희’는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선수 때와는 또 다른 책임감이 든다”며 “한국 심판을 대표해 온 만큼 ‘억울한 선수가 없도록’ 공정한 판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한국인 여성 심판들이 뜬다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에 ‘국가대표 포청천’을 자처한 한국인 여성 심판들이 뜬다. 유도 현숙희 심판을 비롯해 강주희(50ㆍ배구) 김경민(41) 이슬기(41ㆍ이상 축구) 심판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나서는 종목에선 국내 남성 심판들이 파견되지 않아 해당 종목의 국가대표 심판이 된 셈이다. 현숙희 심판은 ”유도의 경우 국제심판도 선수처럼 랭킹을 매긴다”며 “2018년부터 집계한 심판 랭킹을 올림픽 직전까지 15위 이내로 유지해야 선발이 안정적인데, 이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도쿄올림픽 직전까지 현 심판의 랭킹은 12위로, 국제대회에서 오심이 잦거나 큰 오심 한 차례면 랭킹이 뚝 떨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 그만큼 국제대회에선 정확한 판정을 꾸준히 내려야만 올림픽 심판의 자격이 주어진다. 이번 대회 유도에 파견된 16명의 심판 가운데 아시아 국적 심판은 일본과 몽골,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한국은 현숙희 심판까지 총 4명뿐이다. 성별 구분 없이 심판진을 꾸리는 유도도 과거엔 남성 심판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선 전체 심판의 3분의1 수준인 5명이 여성이다.

"함께 유도선수 생활한 남편이 최고 조력자"

1999년 심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4년 아시아 대륙심판, 2007년 국제심판이 됐다. 국제심판이 되고도 약 15년 가까이 활약하고 나서야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 셈이다. 여성 심판으로는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김미정(50) 용인대 교수가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섰다. 현 심판은 “경기장에서 심판은 판사와 같다는 얘기를 새기고 살아왔다”며 “공정성과 청렴함은 당연한 덕목이고, 내 판정으로 선수들이 억울해 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심판 생활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현재 광명여고 체육교사로 재직 중인 그가 올림픽 심판이 되기까진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남편의 조력이 큰 힘이 됐다. 현 심판은 “남편과는 대학 시절 유도를 함께 했다”며 “결혼 후 아들만 셋을 낳았는데, 남편은 지도자와 국제심판 활동을 병행하는 나를 꾸준히 뒷받침 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심판을 하면 집을 떠나 있는 날이 너무 많은데, 육아를 많이 맡아주고 내 마음도 편안하도록 도와준 덕에 이 곳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인 배구 국제심판으로는 유일하게 도쿄올림픽에 파견된 강주희 심판이 21일 일본 도쿄에서 심판진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강주희 심판 제공


강주희 배구 국제심판 "청렴과 공정, 그리고 안전"

강주희 배구 국제심판은 19일 한국 선수단 본진과 같은 비행기로 도쿄에 도착했다. 3박4일 동안 자가격리 중인 그는 조직위원회에서 심판진에 허락한 필수 공식일정만 소화하고 있다. 올해로 국제심판 20년째를 맞는 그는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이라며 “여성 국내 최초의 올림픽 파견 심판이지만, 굳이 남녀 구분을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국에선 조영호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 특보가 4차례로 올림픽에 가장 많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 배구에는 총 20명의 심판진이 꾸려졌다. 주심과 부심을 볼 수 있는 17명의 심판과 은퇴 심판으로 꾸려진 판독심판 3명을 합한 인원이다. 한국에선 강 심판이 유일하다. 그는 “국제심판은 백조 같다”고 표현했다. 겉보기엔 우아하고 정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물 밑에서는 발을 쉼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란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인솔하는 선수단과 달리 국제심판은 비행기 예약부터 이동, 식사, 건강관리 등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나라를 대표해서 온 만큼 청렴을 유지하고,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려가 큰 이번 대회지만 강 심판은 “사실 지난달 말까지 발리볼네이션스리그가 열린 이탈리아 출장이 더 불안했다”고 웃으며 “스스로 방역지침을 잘 지키며 무사히 대회를 마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슬기(왼쪽) 심판과 김경민 심판. 대한축구협회 제공


리우 때 심판 배출 못 했던 축구, 여성 심판들 출격

축구에선 김경민, 이슬기 부심이 나선다. 한국은 2016년 리우 대회 때 심판을 파견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엔 두 명이나 한국을 대표해 나설 수 있게 됐다. 2004년 국제심판 자격을 얻은 김경민 심판은 2007년 중국 대회를 시작으로 2019년 프랑스 대회까지 4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부심으로 나선 베테랑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도 참가한 바 있다.

2005년부터 국제심판으로 활동하는 이슬기 심판도 2008년 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 부심을 시작으로 2019년 여자월드컵 등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다. 2017년엔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심판(여자 부심)으로도 뽑혔다. 김경민, 이슬기 심판을 비롯해 도쿄올림픽 축구 종목에는 25명의 주심, 50명의 부심이 나선다. 올림픽 최초로 비디오 판독(VAR)이 도입됨에 따라 이를 맡을 심판도 20명이 배정됐다.

도쿄=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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