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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 해석해주는 토끼입니다... 재미있되 무해한 콘텐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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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 해석해주는 토끼입니다... 재미있되 무해한 콘텐츠로"

입력
2021.07.22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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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크리에이터 김일오 인터뷰

뮤직비디오 속에 숨어 있는 의미와 메시지를 해석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일오는 "음악과 뮤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오 제공

뮤직비디오 속에 숨어 있는 의미와 메시지를 해석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일오는 "음악과 뮤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오 제공

"하이! 안녕? 뮤비 해석해주는 토끼, 김일오입니다."

숫자 1과 5 모양의 두 귀가 쫑긋한 토끼가 반갑게 인사한다. 뮤직비디오(뮤비) 속에 숨어 있는 의미와 스토리를 해석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일오다. "뮤비가 너무 좋아서" 2년 전 그가 만든 유튜브 채널은 '케이팝 고인물(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에겐 '소문난 맛집'이 됐다. 뮤비는 어느덧 케이팝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보고,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의미를 해석하거나 시청 반응을 담은 '리액션' 등을 통해 케이팝 팬들의 놀이터가 됐다. "처음 채널을 열었을 땐 '이걸 왜 분석해?'라는 말도 들었어요. 이젠 오히려 흥미로운 뮤비에는 '당장 김일오 불러(서 해석시켜)' 이런 댓글이 달리더라고요.(웃음)" 림킴, 백예린, (여자)아이들, 에이티즈 등 가수 본인의 시청 '인증'도 달릴 정도다.

"뮤비를 왜 분석하냐"던 첫 반응... 이젠 "김일오 불러"

최근 화상으로 만난 김일오는 "3~5분 짧은 시간 안에 노래 한 곡을 중심으로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뮤비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이 재미있는 걸 나만 알기가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뮤비에 메타포(은유)가 많기로 유명한 가수 아이유를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뮤비의 속뜻을 따져가며 감상하는 버릇을 들이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뮤비는 왜 음악을 홍보하는 일회성으로만 단순 소비되는 거지?" 영화나 음악과 달리 뮤비에 대한 비평, 평론은 부재하다. 그는 "내가 찾아낸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다"며 "제 채널이 뮤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김일오는 뮤비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끄집어내고 인문학적 지식까지 더해 뮤비를 감상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유튜브 채널 캡처

김일오는 뮤비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끄집어내고 인문학적 지식까지 더해 뮤비를 감상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유튜브 채널 캡처


"인문학적 지식 더해 새로운 시각 제공하죠"

눈밝은 이들은 곧 그의 채널을 주목했다. 가인의 '카니발' 뮤직비디오를 다룬 콘텐츠가 그중 하나다. 2016년 발표 당시 의상 등 외적인 부분에 대한 논란만 빚고 말았던 이 곡을 김일오는 곡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멕시코의 죽음 문화까지 더한 분석을 내놓았다. 림킴의 '옐로우' 뮤직비디오를 분석하면서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거론하고, 레드벨벳 아이린&슬기의 '몬스터' 뮤직비디오 해석에는 심리학자 칼 융의 그림자 이론을 가져온다. "뮤비를 더 다양한 시각으로 함께 감상하고 싶어서요. 시청자의 여러 번의 감상, 즉 N회차 감상을 돕는 차원이죠."

그는 자신의 콘텐츠를 일종의 공략집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뮤비뿐 아니라 해당 아티스트에 대한 꼼꼼한 자료 조사는 기본이다. 비평이론은 물론이고 여행 중 배운 도상학, 어렸을 때 읽은 책, 수업에서 들은 내용, 지나가다 본 다큐멘터리 등 보고 듣고 겪은 모든 경험을 뮤비 해석에 활용한다. "구독자가 늘수록 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드리고 싶은 욕심이 더 커져요. 제 기준에 미치지 못해 업로드하지 못하는 콘텐츠도 종종 생기죠." 그룹 이달의 소녀의 세계관을 다룬 12분 분량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2개월을 쏟기도 했다.

2019년 선미의 '누아르'를 시작으로 뮤직비디오를 해석하는 콘텐츠를 선보인 김일오는 14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유튜브 채널 캡처

2019년 선미의 '누아르'를 시작으로 뮤직비디오를 해석하는 콘텐츠를 선보인 김일오는 14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유튜브 채널 캡처


뮤비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재미있되 무해한' 콘텐츠

뮤비를 고르는 그만의 기준 역시 확고하다. △낯선 소재로 익숙한 이야기를 하거나 △적당히 불친절하면서 적당히 친절해야 한다. △음악과의 조화로움도 중요시한다.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에일리언' 뮤비처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신선한 시각에서 접근하거나 방탈출 게임을 하듯 적당히 (숨겨진 의미를) 푸는 재미가 있는 뮤비가 좋아요."

무엇보다 "재미있되 무해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그만의 철칙이다. 김일오는 "주로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연예계와 케이팝 관련 콘텐츠를 다루다보니 내가 여기에 미칠 선한 영향력은 무엇일까, 내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며 "밍숭맹숭하더라도 원작자의 기획 의도를 자극적으로 왜곡해선 안 된다는 철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죽음을 소재로 한 '카니발' 뮤비 해석 영상을 다 만들고도 업로드 직전 미루고 이듬해에 공개한 것도 그래서다. 당시 연예계에선 갑작스러운 비보가 잇따랐다. "사실 저도 '여기서 이 선을 넘으면 더 많은 조회수가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는 안 해요. 제 채널은 뮤비와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무해한 공간이 되길 바라요."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부캐로 활동하는 김일오는 "뮤비가 너무 좋아서 만든 채널로, 전업 유튜버로 활동할 생각은 없고, 취미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오 제공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부캐로 활동하는 김일오는 "뮤비가 너무 좋아서 만든 채널로, 전업 유튜버로 활동할 생각은 없고, 취미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오 제공


뮤비 해석하는 '토끼'? 정체가 뭐예요?

그의 정체는 철처히 베일에 싸여 있다. 김일오는 부캐(부캐릭터)다. 생일인 1월 5일과 엄마 성(姓)인 김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목소리로 추정컨대 여성이라는 것과 본인이 스스로 밝힌 대학생이라는 것 정도가 그에 대해 알려진 전부다. 김일오는 "시청자가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람이 아닌 동물 캐릭터를 내레이터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그의 실제 표정과 움직임을 토끼 캐릭터에 그대로 입혔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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