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 금융 공약 비교
이재명 최고금리 10%, 저신용자엔 오히려 독
이낙연 만기 50년 주담대, 은퇴 후 빚 어떻게?
야권 주자 LTV 상향, '빚내서 집 사라' 재연
대선 레이스가 뜨거워지면서 여야 대권 주자들도 가계에 민감할 수 있는 대출 등 금융관련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과감'하게 대출 문턱을 낮추자거나 한도를 늘리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선 주자들의 공약은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정책을 점진적으로 바꾸기보단, 과감한 변화를 이끌어내려 한다. 하지만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현실 상황 등을 세심히 살피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재명, 최고금리 10%로… 저신용자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 있어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장 논쟁적인 공약을 내놓은 대선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 대통령 당선 시 1호 업무로 현행 20%인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국민 누구나 1,000만 원씩 연 금리 2.8%로 빌릴 수 있는 기본대출도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두 공약은 고신용자에 유리한 대출 구조를 뒤엎겠다는 구상인데 단점도 작지 않다. 우선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내리면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차주의 이자 부담은 줄겠지만,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해 불법 사채로 내몰리는 사람도 늘 수밖에 없다. 법정 최고금리가 낮을수록 금융사는 연체 가능성이 적은 차주에 대출을 몰아주고 저신용자는 외면하기 때문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법정 최고금리를 27.9%→24%→20%로 두 차례 떨어뜨렸는데 대부업체 이용자는 2017년 247만3,000명에서 지난해 157만5,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 역시 16.1%에서 11.8%로 하락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제도권 금융 최후방에 있는 대부업체마저 거부한 차주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기본대출은 신용도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금융 체계를 흔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차주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가계 경제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이 예상한 기본대출 최대 이용액은 196조4,000억 원이다. 현재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수준인 1,765조 원(올해 1분기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유승민·원희룡, LTV 상향… 집값이 대출액 밑돌면 어쩌나
이 지사와 경쟁하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만기 50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꺼냈다. 이달부터 시범 도입된 40년 만기 주담대도 실효성을 검증받지 못한 상황에서 제시된 이 공약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50대 후반~60대 초반에 은퇴해 벌이가 없을 때도 여전히 빚을 갚아야 하는 대출 구조가 도마 위에 오른다. 장기 투자를 꺼리는 시장 분위기도 넘어야 한다. 만기 50년 주담대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면 시장에 등장한 적 없는 만기 40년 주택저당증권(MBS) 등 장기채 수요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대출 한도를 풀어주자는 내용의 금융 공약을 내놨다. 유 전 의원은 무주택자에 LTV 80%, 원 지사는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LTV 100% 이상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무주택자 LTV가 현행 60%인 점을 고려하면 대출 한도를 크게 늘려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대출 한도를 무턱대고 늘려줬다가, 부동산 거품이 꺼져 집값이 대출액보다 떨어질 경우 생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후보 공약은 '빚내서 집 사라'던 박근혜 정부의 LTV 70%보다 더 강력한 대출 완화책"이라며 "담보 대비 대출을 과도하게 해주면, 작은 충격에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신용자만 대출을 받게 될 법정 최고금리 인하, 집값 하락기에 큰 부담을 줄 LTV 상향, 청년 때부터 빚을 짊어지게 할 50년 만기 주담대 등 현재 정치권 금융 공약은 모두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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