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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의 역습

입력
2021.07.20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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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인간과 DNA가 98.8% 일치하는 침팬지는 19세기 초반까지 100만 마리 이상이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서식지 파괴와 밀렵, 질병 등에 의해 현재 17만~30만 마리가 생존한 것으로 보고된다. ⓒPixabay, Simon Bardet

인간과 DNA가 98.8% 일치하는 침팬지는 19세기 초반까지 100만 마리 이상이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서식지 파괴와 밀렵, 질병 등에 의해 현재 17만~30만 마리가 생존한 것으로 보고된다. ⓒPixabay, Simon Bardet


정설클테에로린, 살페스네폴세반…. 무슨 주문과도 같은 이 글귀는 약 30년이 지난 지금도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약리학 시험을 앞두고 외워야 하는 항생제들의 구분입니다. 정균제와 살균제. 정균제는 균 증식을 정지시키는 것이고 살균제는 균을 죽이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인류가 세균과 맞서 싸운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포도상구균 증식을 억제하는 푸른곰팡이를 발견했고 나중에 페니실린 추출로 이어지죠. 게르하르드 도마크는 설파제의 선조격인 프론토실을 1932년 발견하고 2차세계대전에서 사용합니다. 그전에는 단순한 세균감염만으로 목숨을 쉽게 잃던 인류였죠.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이 아메리카에 영향을 끼칠 당시 약 6,000만 명이 살고 있었으나 식민지화 이후 약 90%가 사망하고 500만~600만 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천연두였고 그 외 독감, 페스트나 홍역과 같은 질병도 영향을 끼쳤죠. 해당 질병과 함께 진화하지 못했던 아메리카 사람들에게는 병원체들에 의한 살육전이 벌어진 셈이라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인류에게 구원과도 같은 항생제는 이제 오남용에 이은 내성이라는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금세기 들어 인류 건강에 가장 큰 위협 요소 중 하나로 항생제 내성을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세균들도 눈뜨고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최근 에모리대학 연구자들은 탄자니아 곰베국립공원 내에 서식하는 침팬지를 포함한 사람, 가축과 개코원숭이 등의 배설물과 이들이 공유하는 하천에서 주요 항생제 내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상하수도 체계가 없고 위생이 좋지 않은 인간 집단거주지에서는 설사병은 흔하게 발생하고 쉽게 퍼져나갑니다. 저렴한 항생제인 설폰아마이드는 가게에서 처방전 없이 쉽게 구매 가능합니다. 이는 오남용으로 이어지고 세균들은 설파제 저항을 키워왔습니다. 이 연구 대상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파제 내성 균주를 이미 가지고 있었죠. 하천 시료의 19%에서도 이 약물은 검출되었습니다. 내성균과 항생제가 도처에 있고 물을 공유하는 야생동물에서도 당연히 발견되겠죠. 배설물 시료 중, 사람 74%, 침팬지 48%, 개코원숭이 34%에서 설폰아마이드 내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문제가 다시 야생동물에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인류는 멸종위기 유인원의 서식지를 망가뜨리고 홍역과 독감, 메타뉴모바이러스 등의 병원체를 넘겨준 바 있고 이제는 내성균도 넘겨줍니다. 문제는 유인원의 건강뿐만 아니라 그 내성균은 어떻게 진화해 다시 인간에게 넘어올지 모르는 것이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리 쉽게 인류에게 넘어올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거의 없듯 말입니다. 이렇듯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고 뭔가를 얻으면 내주는 게 있다는 것이 세상 진리인 듯싶습니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조차도 전 세계 생태적 균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어쩌면 이번 팬데믹 코로나19로서 절실하게 깨달아야 하는 또 하나의 진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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