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가족 연락 주선해 준 행위
법 적용 14개 업무 해당 안돼 무죄
권익위, '교도관 추가' 개정안 제시
"법 적용 엄격해야 위법 행위 예방"
지난 6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청탁금지법 일부 개정안이 회부됐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정무위에 출석한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개정안 제안을 설명하며 "개정안은 법 시행 후 언론 보도와 판례 등을 통해 부정 청탁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드러난 직무를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정 청탁 대상 업무에 형의 집행, 수용자의 지도 · 처우 · 계호와 같은 '교도관' 업무를 추가하는 내용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전현희 위원장이 청탁 금지 대상으로 교도관 업무를 콕 찍어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무원이면서 '나쁜 짓'을 했는데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은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관련한 판례들이 5년간 축적되면서 정부가 조문상 모호한 내용들을 더 명확히 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전교도소 소속 교도관 A씨는 2016년 10월 '배우자와 연락하고 싶은데, 대신 전화를 해달라'는 수감자 B씨의 부탁을 들어줬다. A씨는 3개월 동안 155회에 걸쳐 B씨와 그 배우자의 연락을 주선하며 통신장비 반입을 금지한 수용동에 휴대폰을 들여왔다. 수감자 출입이 안 되는 교도관 근무실에도 B씨를 불러 하루 6시간씩 면담하고, B씨 부부 사이에서 재판 진행 상황을 전달해 주기도 했다.
검찰은 당초 A씨를 부정처사후 수뢰,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5가지 혐의 중 4가지는 유죄로 봤지만, 수감자를 지도하고 계호하는 과정에서 B씨와 그의 가족간 연락을 주선한 행위는 청탁금지법 5조가 규정한 부정 청탁 대상 업무 14가지(사건 수사나 재판 · 행정지도 · 평가 및 판정 · 계약 업무 · 채용 · 인허가 관련 업무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결국 교도관 A씨는 수감자 B씨의 옥중 청탁을 들어줬음에도 청탁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청탁금지법 개정안에서 교도관 업무를 못 박아서 '부정 청탁하면 안 될 업무'로 추가한 이유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청탁금지법 본문 내용을 고치는 것은 법 시행 후 처음"이라며 "운영상 보완점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국회 통과가 안 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법조문이 아닌 시행령이 바뀐 것은 총 4차례였다. 가장 최근 개정된 시행령 내용은 설 명절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이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을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부패방지법학회의 김남욱 송원대 교수는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인 2017년과 비교해 한국의 국가청렴도(CPI)가 18계단 상승했다"며 "법 체계가 갖춰지고 자리를 잡아간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청탁금지법이 처벌뿐 아니라 예방 기능까지 갖추려면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봉기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와 달리 처분이 경미한 경우가 상당하다"며 "온정적 평가를 지양하고 보다 엄격한 법 적용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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