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디오픈에 출전하는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대회를 사흘 앞두고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손에 익었던 장비들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무기로 영국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클럽(파70)을 공략할 전략을 짠 것이다. 지난주 유러피언투어 스코티시 오픈에 출전해서 바닷가에 위치한 영국의 링크스 코스의 악명을 처음으로 겪어봤던 그는 ‘공동 71위’라는 올 시즌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모리카와는 우선 링크스 코스의 단단한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과감하게 아이언을 바꿨다. 테일러메이드사 아이언을 사용하는 모리카와는 기존 4~6번은 헤드 뒤쪽이 파인 ‘캐비티백’ 형태의 P7MC 모델을 사용했고, 7~9번은 헤드 뒤쪽이 막혀 평평한 형태인 ‘머슬백’의 P730 모델을 사용했다.
모리카와는 7~9번도 캐비티백 형태로 교체했다. 페어웨이가 딱딱해 아이언의 정타 확률이 떨어지면서 거리 손실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관용성이 높은 캐비티백 형태의 아이언으로 바꾸는 모험을 택한 것이다.
변화는 또 있었다. 스코티시 오픈에서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의 코스에 비해 느린 그린 스피드로 고전했던 그는 퍼터 헤드에도 변화를 줬다. 공이 더 많이 구를 수 있도록 기존 2.5g씩 2개가 있던 헤드 무게 추를 7.5g 무게 추로 바꿨다. 10g의 헤드 무게를 늘린 것이다.
모리카와는 퍼팅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올해 들어 짧은 퍼팅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손목을 덜 쓰는 ‘소(saw) 그립’(톱질하는 자세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집게 그립'과 비슷하지만 약간 변형된 자세)으로 퍼팅 그립을 바꿨던 모리카와는 디오픈에서는 짧은 거리는 ‘소 그립’을 활용했고, 긴 거리의 퍼팅은 전통 방식의 그립을 혼용했다.
모리카와의 전략은 통했다. 이번 대회 나흘 내내 60대 타수(67-64-68-66)를 적어내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마지막 31개 홀에서 노보기 플레이를 하는 등 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로 149번째 클라레 저그의 주인공이 됐다.
조던 스피스(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린 모리카와는 작년 8월 PGA챔피언십에 이어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메이저대회 2승 고지에 올랐다. 그는 이번이 메이저대회 8번째 출전이었다.
첫 출전에 우승까지 차지했던 PGA챔피언십과 마찬가지로 디오픈도 이번이 첫 출전이었다.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많았지만, 두 번이나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지금까지 없었다. 24세의 모리카와는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25세 이전에 PGA챔피언십과 디오픈을 제패한 두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PGA투어 통산 5승째다.
모리카와는 도쿄올림픽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모리카와는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며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후 내 능력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