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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요금 못내”…中 아파트 주민 수천 명, 부동산업체 경비원과 집단 난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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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요금 못내”…中 아파트 주민 수천 명, 부동산업체 경비원과 집단 난투극

입력
2021.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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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충칭시 아파트 단지서 심야 5시간 집단 충돌
"주차요금 내라" 부동산 업체 일방 공지에 반발주민 수천 명 항의, 업체는 경비원 수백 명 동원구타, 연행 속출...진압과정서 "경찰 발포" 주장도

중국 충칭시 장진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14일 밤 주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부동산업체가 동원한 경비원을 실은 버스를 에워싸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부터 갑자기 주차요금을 징수한 것에 항의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트위터 캡처

중국 충칭시 장진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14일 밤 주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부동산업체가 동원한 경비원을 실은 버스를 에워싸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부터 갑자기 주차요금을 징수한 것에 항의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트위터 캡처


중국 지방의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 수천 명이 주차요금에 항의하며 경찰, 경비원과 심야 난투극을 벌였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수십 명이 체포되거나 다쳤고, 경찰이 발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동산업체의 노골적인 돈벌이에 당하지 않겠다는 민심이 폭발해 공권력에 대한 도전을 불사하고 있다.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국 충칭시 장진구의 아파트 단지에 어둠이 깔리자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버스를 에워쌌다. 부동산회사가 동원한 수백 명의 경비원을 실은 버스였다. 일부는 머리를 얻어맞아 피를 흘리고, 목뼈가 부러지고, 팔이 꺾이고, 콘크리트 바닥에 눕혀져 경비원들에게 매몰차게 제압당했지만 그럴수록 분노하는 주민의 숫자는 늘어갔다. 경찰도 수백 명이 출동했지만 사태를 수습하긴 역부족이었다. 여러 명이 붙잡혀 끌려가는 와중에도 주민들은 버스를 몰아내며 함성을 지르고 기세를 올렸다.

한 주민은 “경찰의 총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날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5시간 가량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시위에 나선 주민 숫자가 1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다른 주민은 “경비원들이 주민을 쫓아가 구타하며 잔혹하게 버스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들과 부동산업체가 고용한 경비원들의 물리적 충돌이 격화되자 경찰도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기세에 밀려 경찰 버스가 뒤로 후진하며 물러서고 있다. 일부 주민은 "진압에 나선 경찰의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심야 시위는 5시간 가량 지속됐다. 트위터 캡처

이날 주민들과 부동산업체가 고용한 경비원들의 물리적 충돌이 격화되자 경찰도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기세에 밀려 경찰 버스가 뒤로 후진하며 물러서고 있다. 일부 주민은 "진압에 나선 경찰의 총성이 들렸다"고 말했다. 심야 시위는 5시간 가량 지속됐다. 트위터 캡처


사건의 발단은 갑작스런 주차요금 징수였다. 부동산재벌 헝다그룹이 지은 아파트인데, 이날부터 주차구역마다 매월 주차료 270위안(약 4만7,600원), 관리비 50위안(약 8,800원)을 받겠다고 일방적으로 공지했다. 그리고는 새벽에 버스로 태워 나른 수백 명의 경비원을 아파트 주변에 배치해 주민들의 주차료 납부를 감시했다.

주민들은 발끈했다. 당초 주차료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입주했는데 부동산업체가 돈벌이에 혈안이 돼 약속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인은 “신도시 지역이라 주차요금을 받지 않았지만 주민 입주율이 높아지면서 업체가 생각을 바꾼 모양”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를 소유한 헝다그룹은 중국의 부동산 재벌로, 과도한 부채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빠져 신용등급이 주저앉으며 디폴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헝다가 아파트와 주차공간을 별도로 거래하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통상 아파트를 지을 때 주차공간을 공용면적에 포함시켜 건설비를 부담하는데, 이를 분리해 주차장만 다른 회사에 넘긴 것이다. 개발업자는 막대한 건설비용을 줄이고, 주차장 소유업체는 주민들에게 되팔거나 임대해 돈을 벌고, 지방정부는 양쪽에서 세금을 걷을 수 있으니 모두 이익을 얻는 구조다. 오로지 손해를 보는 건 예정에 없던 주차요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주민들이다. 중국 당국은 주민들의 동요사태와 관련한 소식을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차단한 상태다. 또 장진구로 가는 길목에 검문소를 설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과거에도 주차요금 문제로 중국 부동산업체와 주민이 충돌한 전례가 있다. 2014년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에서 대형 주택단지 주차비를 월 단위로 받다가 주차 횟수마다 징수하는 것으로 바꿔 요금을 인상하자 주민 수백 명이 강력 항의했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 얼굴에 고춧물을 분사해 앞을 못 보게 하는 방식까지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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