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동안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라 한다면 말 그대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가 대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국산 자동차 브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수입 자동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개성과 특성, 강점을 갖고 있는 다채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차량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혼다 역시 마찬가지다. 토요타 캠리와 같이 ‘대중적인 수입 세단’으로 활약해왔던 혼다의 중형 세단, 어코드를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배기량 엔진을 거두고, 터보 엔진을 더할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사양을 도입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혼다의 최신 기술 등을 더해 그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과연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세단의 아이콘’에 도전할 수 있는 가치와 매력을 품고 있을까?
시승을 위해 준비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지난 시간 동안 어코드가 과시했던 ‘넉넉한 체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실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4,905mm에 이르는 긴 전장을 갖췄고 전폭과 전고 역시 1,860mm와 1,450mm으로 중형 세단의 ‘규격’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다만 2,830mm의 휠베이스는 체급 대비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1,570kg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무게감이 다소 느껴진다.
명료함이 돋보이는 어코드의 얼굴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되는 어코드는 10세대 사양이며 중형 세단의 넉넉함과 동시에 혼다의 역동적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본적인 디자인 기조에 있어서는 지난 9세대부터 다양한 차량에 적용되어 발전되고 있는 ‘익스트림-H’를 앞세웠다.
과거에는 다양한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것을 과시했던 것과 달리 어코드 하이브리드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특별한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는 모습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출시되면서 특유의 두꺼운 크롬 가니시 아래 쪽에 자리한 프론트 그릴에 얆은 크롬 가니시가 추가되었고, 이를 통해 명료함이 더욱 강조된 모습이다. 자칫 과할 수 있는 크롬 가니시지만 균형감을 강조한 디테일이라 그런지 거부감이 크지 않은 것이 큰 특징이다.
이와 함께 어코드 특유의 날렵한 헤드라이트와 DRL이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중형 세단치고는 상당히 스포티한 스타일의 바디킷이 차량의 매력을 한층 높인다. 이와 함께 늘씬하게 다듬어진 보닛 라인 역시 어코드의 매력을 더하는 부분일 것이다.
패스트백 스타일로 다듬어진 10세대 어코드 특유의 측면 디자인은 넉넉하면서도 세련된 세단의 가치를 잘 드러낸다. 특히 A 필러부터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루프 실루엣은 매혹적이며, 크롬 가니시 및 알로이 휠의 디자인 역시 만족스럽다.
후면에는 비슷한 디자인 기조를 반영한 10세대 시빅과 같이 C 형태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차체 양끝에 배치하고 경쾌하고 균형감 있는 모습을 제시한다. 머플러를 범퍼 안쪽으로 숨기고 크롬 가니시를 더해 마치 듀얼 타입의 머플러 팁처럼 연출, ‘어코드의 감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간결하게 다듬어진 중형 세단의 공간
지금까지의 혼다 차량이 그랬던 것처럼 실내 공간은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대신 지난 시간 동안 어코드가 꾸준히 제시했던 특유의 넉넉함, 그리고 간결함을 바탕으로 ‘패밀리 세단’의 특성과 ‘대중적 차량’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소재나 연출 등은 국산 차량과 비교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구성을 파악하기엔 상당히 편리한 모습이다.
여기에 센터 터널에는 버튼식 기어 쉬프트 시스템을 적용해 실내 공간의 개방감을 확보해 사용성을 높였고, 다양한 버튼이 더해진 스티어링 휠 뒤쪽에는 회생제동의 정도를 조율할 수 있는 패들 시프트를 배치했다.
하이브리드의 디테일이 더해진 계기판과 깔끔하게 다듬어진 컨트롤 패널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화려한 연출을 보이기 보다는 직관적이면서도 깔끔한 사용성을 제시해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부담 없는 사용성’의 가치를 제시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대중적인 차량’에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이 마련되어 있으며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그리고 무선 충전 등이 더해져 기능 가치를 더욱 높인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의 매력은 여전하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도어를 열면 넉넉한 크기의 시트, 그리고 우수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1열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고급스러운 디테일이나 연출은 부족하지만 ‘쾌적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제 체격이 큰 탑승자가 앉더라도 ‘답답함’은 느낄 수 없는 공간이다.
이어지는 2열 공간 역시 마찬가지. 고급스러운 시트는 아니지만 쾌적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이 마련되어 패밀리 세단의 가치를 명확히 드러낸다. 실제 체격이 큰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여기에 충전 포트와 히팅 시트 등의 기능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어 ‘소소한 기능의 만족’ 역시 누릴 수 있었다.
적재 공간 역시 만족스럽다. 통상 하이브리드 세단은 배터리 및 각종 구조 변경 및 추가 등으로 인해 적재 공간이 좁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트렁크 게이트를 들어 올리면 473L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차량 가치’를 높인다. 덧붙여 2열 시트를 6:4 비율로 폴딩해 상황에 따라 더욱 우수한 가치를 누릴 수 있다.
독특한 밸런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보닛 아래에는 혼다가 제시하는 스포츠 하이브리드 시스템, ‘i-MMD’ 시스템이 자리한다.
스포츠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는 표현의 기반은 강력한 전기 모터에 있다. 실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145마력과 17.8kg.m의 ‘평이한 수준’의 2.0L 가솔린 엔진과 환산 시 약 184마력과 32.1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고성능-복합 모터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합산 215마력이라는 걸출한 출력을 제시한다.
여기에 e-CVT 및 전륜구동의 레이아웃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주행을 구성해 주행 전반에 걸쳐 높은 만족감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효율성 부분에서도 복합 기준 17.5km/L의 공인 연비(도심 18.0km/L 고속 17.0km/L)의 뛰어난 성과를 제시한다.
어코드의 매력, 그리고 하이브리드의 설득력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와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하이브리드 전용의 계기판’, 그리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고급스러운 매력은 다소 덜한 편이지만 혼다 특유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과거부터 어코드의 주행 질감, 특히 가벼우면서 민첩한 드라이빙의 질감을 좋아했던 만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어코드’의 주행 질감과 특징이 무척 기대되었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한 시동에 이어 곧바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혼다 특유의 경쾌하고 민첩한 출력 전개, 그리고 이러한 출력 전개를 바탕으로 한 우수한 가속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전기 모터의 우수한 출력이 차량을 손쉽게 이끌어 그 가치가 더욱 돋보였다.
실제 발진 가속 성능은 물론이고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 주행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언제든 원하는 출력을 원하는 만큼 이끌어 낼 수 있어 ‘성능’ 및 성능 구현에 대한 아쉬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되려 동일한 엔진 및 모터 시스템의 구성을 유지하며 ‘성능을 더 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e-CVT가 적용된 만큼 최대 성능을 낼 때에는 고정된 RPM에서 나는 독특한 소리가 다소 거슬렸다.
참고로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e-CVT는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를 위해 다듬어진 변속기로 무척이나 부드럽고 매끄러운 움직임의 기반이 된다. 실제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도 변속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모습이다.
다만 패들 시프트가 수동 변속, 스포츠 변속의 성격이 아닌 회생 제동에 관여된다는 점은 ‘재미’의 부분에서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차량의 전반적인 움직임은 10세대 어코드, 즉 이전의 어코드들에 비해 한층 안정적이지만 혼다 특유의 경쾌하고 민첩한 조향 감각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실제 다른 브랜드의 중형 세단과 비교하자면 제법 가벼운 듯한 스티어링 휠의 무게, 그리고 조금 더 민첩하게 느껴지는 조향 반응은 ‘차량을 다루는 즐거움’을 한층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전부터 이어진 혼다의 전형적인 감성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라 ‘통일성’이 명확히 느껴진다.
덕분에 제법 큰 체격의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차량을 조작하고 다룰 수 있고, 앞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으며 늘어난 공차중량의 존재감이 주행 내내 쉽게 느껴지지 않아 ‘주행의 균일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기본적인 노면 대응의 성향은 확실히 대중적이지만 일반적인 중형 세단에 기대하는 것에 비해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다. 일상적인, 깔끔히 다듬어진 노면 위에서는 이러한 가벼움은 ‘다루기 좋다’는 느낌이다.
덧붙여 또 장거리 및 장시간 주행에서도 전반적으로 우수한 승차감을 바탕으로 만족감을 높이지만 때때로 마주하는 급작스러운 노면 변화 위를 지날 때의 ‘충격 억제 능력’에 있어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한편 주행을 하며 다른 차량과의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은 ‘질감’에 있다.
실제 차량을 주행하다 보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엔진보다는 전기 모터가 중심이 되어 있다는 감상이 도드라질 때가 있다. 이질적이거나 어색한 건은 아니지만 확실히 ‘기존의 감각’과 다른 부분이 있어 민감한 운전자들은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좋은점: 우수한 주행 성능과 여유로운 공간, 그리고 뛰어난 효율성
아쉬운점: 국산 차량 대비 다소 부족한 공간 연출 및 기능
하이브리드 세단 시장에 준비된 도전자
하이브리드 세단을 구매하고자 할 때 늘 첫 번째 후보로 거론되는 존재는 바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다.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브랜드의 행보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겨진 관습과 같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단 번의 시장의 판도를 뒤집거나 모든 소비자들의 뇌리에 강렬히 남기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준비된 존재’라는 것이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혼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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