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갉아먹는 치매 치료길 열릴 날 머지않아"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영혼을 갉아먹는 치매 치료길 열릴 날 머지않아"

입력
2021.07.19 22:30
0 0

[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치매 치료제를 승인하는 등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어 치매를 꺾을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급속한 고령화로 ‘영혼의 정전(停電)’으로 표현되는 치매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65세 이상에서 84만 명이나 된다(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65세 이상에서 10명 중 1명꼴(10.33%)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이 중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는 전체 치매의 70~75%를 차지한다.

‘치매 치료 전문가’인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환자는 7,900시간의 여가 시간을 더 누리고, 6,600만 원 정도의 치료비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뇌 손상이 경미한 초기 단계에서 진단해 빨리 치료한다면 병 진행도 늦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치매는 어떻게 생기나.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뉴런)가 밀집돼 있는 대뇌피질에 독성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 단백질이 쌓이고, 신경세포 내 미세소관 성분인 타우(tau)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되거나(plaque) 엉키면서(tangle)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다.

증상이 없다가 뇌세포가 죽으면서 기억력이 저하되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 있는 단계(경도 인지장애)를 거쳐 뇌세포가 상당히 소실되면서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어지는 단계(치매)로 진행된다. 뇌세포가 죽으면서 뇌가 점점 줄어드는데 병 말기가 되면 정상인의 70%까지 쪼그라든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면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뇌 손상이 경미한 초기 단계에서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뇌세포가 많이 파괴되면 치료를 해도 원상태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조기 발견을 위한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바로 ‘혈액 뇌 장벽(Blood Brain BarrierㆍBBB)’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확인하는 것이다. 혈액 뇌 장벽은 혈액에서 필요한 영양분은 통과시키고 위험한 물질은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 뇌 장벽이 무너지면 투과도가 바뀌면서 알츠하이머병 등 각종 퇴행성 질환이 생기게 된다. 이런 방법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측정하는 것보다 빠른 알츠하이머병 진단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치매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지만 조기 진단하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증상 개선제를 조기에 복용할수록 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 억제제를 복용하면 최소한 6개월~2년 정도 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또한 인지 중재 프로그램이나 운동 요법 등 비약물적 치료도 활발히 쓰이고 있다. 뇌가 비록 퇴화하더라도 노력에 따라 회복될 수 있다는 ‘뇌 가소성(可塑性) 이론’을 증명한 연구들이 많다.”

-최근 치매 치료를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대뇌피질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쌓이지 않도록 작용하는 ‘단일 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 단일 클론 항체는 동일한 면역세포에서 생성되는 하나의 항원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다. 솔라네주맙(일라이릴리)ㆍ간테네루맙(로슈), 아두카누맙ㆍBAN2401(바이오젠ㆍ에자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안타깝게도 솔라네주맙ㆍ크레네주맙(로슈)은 효과를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플라크에 선택적으로 붙어 이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이 임상 3상 연구에서 인지 기능 및 일상생활 수행 능력 악화를 의미 있게 줄여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치료제 승인을 받아 국내에도 곧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2개의 3상 임상시험(ENGAGE, EMERGE) 중 한 임상시험에서는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젬백스의 ‘GV1001’이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감소를 억제한다는 임상 2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65세 이상 사람 혈장과 노화 동물 모델 혈장·뇌 조직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ASM) 효소가 혈액 뇌 장벽 투과성을 늘려 신경세포 사멸 및 기억력 손상을 유도한다는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져 임상시험이 준비 중이다. 치매를 치료할 날도 그리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 예방법은 없나.

“①많이 읽자. 하루 1시간 이상 독서하면 두뇌 회전에 효과적이다. 글을 자주 쓰는 것도 좋다. 단어가 다양하고 풍부할수록 알츠하이머병에 덜 걸린다.

②많이 씹자. 우리 뇌에 신경과 연결되는 씹는 운동은 인지 기능을 높여주고 뇌 혈류를 늘린다. 씹는 운동을 잘 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③많이 걷자. 신체와 뇌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3배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 운동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덜 축적된다. 또한 생활습관병을 없애고, 금주, 금연, 노인성 우울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