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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고로 찢겨나간 노동자들의 몸과 정신이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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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고로 찢겨나간 노동자들의 몸과 정신이 무대로…

입력
2021.07.16 16:29
수정
2021.07.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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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학로서 초연되는 연극 '괴물 B'

지난 13일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 지붕을 교체하던 40대 근로자가 추락해 숨졌다. 지난 4월에는 경기 평택항에서 300㎏의 컨테이너 시설물에 깔려 20대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2018년에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대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16년 구의역에서는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김군이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수 차례 법과 제도가 정비돼 왔지만 산재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고 때마다 노동자들의 몸과 정신은 찢겨나갔다. 2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동숭동 소극장 알과핵에서 초연되는 연극 '괴물 B'(한현주 작)는 그런 노동자들의 몸이 무대에 서는 연극이다.

연극 '괴물 B'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극단 코끼리만보 제공

연극 '괴물 B'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극단 코끼리만보 제공

극 주인공 B의 몸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나온 신체들로 구성돼 있다. 기계에 잘려나간 누군가의 팔과 다리,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타버린 어떤 이의 젖가슴, 또 다른 사람의 폐와 간이 붙어 있다. 산업화되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생겨난 노동자들의 비극을 상징한다. 결국 B는 정상적이고 뛰어난 알파벳 'A'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몸의 각 부위가 사고의 순간을 기억할 때마다 B는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극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B의 사투를 담고 있다.

줄거리만 보면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강한데, B라는 괴물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 손원정 연출은 "아름답고 편리한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무심히 인간의 몸과 정신을 희생시키는 오늘날 산업 메카니즘이 결국 괴물"이라며 "극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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