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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송영길, '탈(脫) 대깨'의 리더십

입력
2021.07.16 18:00
수정
2021.07.16 18: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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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 패배 충격서 벗어나 살아난 민주당
내로남불 사과, 오만·위선 프레임 극복
중도층 얻으려면 당 대표가 악역 맡아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춘천 강원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춘천 강원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의외다. 4·3 재보선 참패 후 더불어민주당에는 자멸의 길만 보였다. 앞은 벼랑인데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강성 지지층에 떠밀려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새 선장에 대한 기대치는 "설화나 피하면 다행"이라는 정도. 하지만 뜻밖에도 길 없는 협곡에서 반전의 다리가 놓였다. 여권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반등하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를 두고서도 되레 야권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송영길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민주당이 시끌벅적해졌다는 점이다. 완장 찬 선도부의 구령 대신 장터의 왁자한 논쟁이 살아난 모습이다. 지리멸렬할 듯했던 대선 경선판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흥미진진해진 것도 그 덕분이다. 빈사 상태의 민주당이 온전히 회복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생동감 있는 혈색을 되찾기까지 송 대표의 분투를 빼놓을 수 없다. 극렬 당원들은 “송영길 사퇴하라”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반발하고 있지만 이 소란이야말로 민주당이 친문 획일성의 각질에서 깨어나는 기지개라 할 만하다.

지난 두 달여를 복기하면 인상적 장면이 적지 않았다. 대표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 협력 문제를 꺼냈고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 정책 수정도 밀어붙였다. 당의 아킬레스건인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통렬하게 반성한다”며 머리를 숙였고 국민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는 13명 의원 전원에게 출당 권고 조치를 내렸다. 경선 연기 논란에서도 여러 의견을 수렴하며 중심을 지켰다. 이는 민주당에 들러붙은 ‘내로남불’의 악령과 오만, 위선의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해 기준을 확고히 지키고 당심을 넘어 민심을 수용하겠다는 일관된 메시지였다.

이런 송 대표의 행보가 금방 효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누적된 성찰과 변신의 노력이 서서히 힘을 받는 모습이다. 지난달 정권심판론을 외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비장했던 출마 선언이 다소 생뚱맞고 타이밍이 늦었다고 여겨진 것도 송 대표가 이미 내부의 강성 지지층, 이른바 ‘대깨문’과 선을 긋고 반성 모드에 들어간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송 대표의 최대 과업은 당연히 내년 정권 재창출이다. 이를 위한 최우선 숙제는 무엇일까. 여러 정책적 비전이 필요하겠지만 ‘대깨문 정당’의 오명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진영논리, 당심과 민심의 괴리, 선악 이분법, 오만과 위선 등 민주당의 문제점이 여러 표현으로 지적되지만 그 부정적 이미지가 대깨문이란 용어에 압축적으로 투영돼 있다. 민주당에서 어느샌가 민주적 다양성은 사라지고 대깨문과 대깨문 눈치를 보는 두 부류만 남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송 대표가 최근 대깨문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지지층 일부를 겨냥해 또다시 당을 시끄럽게 만들었으나 이는 민주당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는 신호다. 민심 경청 프로젝트 역시 그런 의지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대선 정국의 주연은 아니다. 각 주자들 캠프에선 당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불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경선에서 당원 표심에 발목이 묶일 수밖에 없는 대선 주자들에게서 대깨문 극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중원으로 나가기 위해, 또 돌아선 옛 지지자들을 붙잡기 위해선 내부의 화석과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 지금으로선 당 대표가 그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이런 뜻에서 과도적이지만 송 대표의 리더십을 '탈(脫)대깨' 리더십이라고 붙여볼 수 있겠다. '대가리가 깨질' 정도로 싸워 대깨문을 넘어서야 한다.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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