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어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정보기관을 동원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위한 공작에 나섰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의 불안정성을 극대화해 러시아의 상대적 이득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미국의 민주주의에 간섭하기 위해 비밀리에 회동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독점 입수한 크렘린궁 문서를 바탕으로 지난 2016년 1월 22일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을 책임지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대외정보국(SVR)과 연방보안국(FSB) 등 정보기관 수장이 모여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지원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이 입수한 이날 회의와 관련된 문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유망한 후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열등감에 시달리는 충동적이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평정을 잃은 인간’이라는 평가도 실려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비공식적으로 방문했을 때 ‘특정한 사건들’이 있었다며 콤프로마트(kompromatㆍ약점이 될 정보를 잡아 나중에 협박하는 공작)가 존재한다는 내용도 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가디언이 입수한 문건이 아닌 ‘부록’에 실려 확인이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3년 미스 유니버스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찾았을 때 호텔에서 여러 여성과 광란의 음란파티를 벌였다는 과거 미국 언론들의 보도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정황은 다른 문서에도 나온다.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이 정보기관장들과 회의 후 ‘비밀 범부처 위원회’ 신설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과 정보기관장들이 자국을 스스로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기관을 동원해 미국 민주주의에 개입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입수한 문서들은 2016년 실제 벌어진 일들의 노선도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과 정보기관장들의 회의 몇 주 뒤 GRU 해커들이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DNC)를 해킹했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타격한 이메일들이 유출됐다는 이야기다.
문건의 진위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가디언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검증한 결과 입수한 문건이 사실일 것으로 보인다는 판정이 나왔다며 서구권 정보기관들이 이 문서의 존재를 알고 조사를 개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가디언에 “우파 모두를 비하하기 위한 역겨운 뉴스”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엄청난 소설”이라며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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