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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 330명’ FBI 초동수사 미흡 탓에 피해자 최소 70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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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 330명’ FBI 초동수사 미흡 탓에 피해자 최소 70명 늘었다

입력
2021.07.15 18:44
수정
2021.07.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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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르 사건' 수사 美 법무부 감찰보고서
FBI, 2015년 성폭행 신고 접수하고도 늑장
美의사당 난입사건 등 잇단 부실 수사 논란

미국 여자 체조 선수 수백 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래리 나사르가 2018년 2월 미국 미시간주 이턴카운티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해 재판장의 판결 내용을 듣고 있다. 미시간=AP 연합뉴스

미국 여자 체조 선수 수백 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래리 나사르가 2018년 2월 미국 미시간주 이턴카운티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해 재판장의 판결 내용을 듣고 있다. 미시간=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년 전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체조팀 성폭행 사건’에 대해 초동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70명의 추가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감찰 결과가 발표됐다. 미시간주립대 교수이자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를 지냈던 래리 나사르가 체조선수 수백 명을 상대로 성폭행·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사건인데, 사실상 ‘수사 실패’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월 발생한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서도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던 FBI에 대한 비판 여론이 폭주하고 있다.

FBI, 성폭력 사건 인지하고도 1년간 방치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마이클 호로위츠 법무부 감찰관은 ‘나사르 사건’ 보고서를 내고 “사건을 최초로 접수한 FBI 인디애나폴리스 지부 고위 관계자들이 사건의 엄중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긴급하게 대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인지 1년 후인 2016년 나사르가 체포될 때까지 관련 수사는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감찰 결과에 따르면 FBI 인디애나폴리스 지부는 지난 2015년 7월 나사르의 성폭력 신고를 최초로 접수했지만, 사건이 발생한 미시간주립대가 있는 지역 사무소로 이첩하지 않았다. 당시 책임자였던 제이 애벗 FBI 인디애나폴리스 지부장이 미국올림픽조직위원회에 취직하기 위해 스티브 페니 체조협회장과 여러 차례 만난 사실도 적발됐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감찰 조사에서 거짓말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애벗은 2018년 FBI에서 정년 퇴직했다.

FBI는 2016년 나사르의 성폭행 범죄 신고가 잇따를 때까지 피해자 조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피해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는 데 5주를 기다리게 했고, 일부 피해자들은 조사에서 아예 누락됐다. 사실상 ‘사건 방치’였다. 호로위츠 감찰관은 “FBI는 2015년 9월 피해자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8개월 이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그 시간 동안 나사르의 성폭행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기간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이 최소 70명이 넘는다고 기술했다.

1986년 미 국가대표 체조팀에 합류한 나사르는 2016년 체포 직전까지 공식 주치의로 활동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치료 행위임을 가장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선수 수백 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2016년 수사로 밝혀진 피해자만 265명이었는데, 이번 FBI 감찰 과정에서 새로 파악된 사실까지 포함하면 무려 330여 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나사르 사건 피해자 중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시몬 바일스와 앨리 라이즈먼 등도 포함돼 있다. 나사르는 2018년 최고 175년형을 받은 데 이어, 또 다른 혐의가 추가돼 최대 360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FBI는 이날 “보고서에 기술된 FBI 요원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이는 FBI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입장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FBI는 나사르 사건이 초래한 피해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잇단 FBI의 수사 실패..."FBI가 대가 치러야"

FBI는 최근 다른 사건들과 관련해서도 부실 대응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미 상원은 보고서를 내고 “FBI 등 수사당국은 지지자들 중 일부가 총을 가져올 것이며, 의사당 진입을 막을 경우 폭력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정보를 2주 전에 파악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수사당국이 의회를 위협하는 온라인상 게시물에 대해서도 법 집행기관에 공식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잇단 FBI의 수사 실패에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은 “수사를 담당한 FBI 요원을 포함해 여러 단계의 수사 과정에서 치명적 실패가 노출됐다”며 “책임자 처벌뿐 아니라 집행기관엔 문제가 없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사르의 성폭력을 최초로 고발한 전직 체조선수 레이첼 덴홀랜더는 “FBI의 부실 수사로 수많은 어린이를 포함한 여성들이 희생됐다”며 “FBI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직격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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