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후 여행가방 유기… 2심서 형 대폭 늘어
멍투성이 친구 ‘인증샷’ 찍어 SNS 올리기도
2심 “가학·엽기적 범행… 반성도 안 해” 질타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유기한 혐의를 받는 A씨 등 2명이 지난해 8월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마약에 취한 채 7시간 가량 친구를 폭행해 살해하고는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2심 법원이 1심의 징역 18년보다 훨씬 무거운 3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범행을 계속 부인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보다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재희)는 15일 살인·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B(22)씨에게도 1심(징역 10년형)의 두 배인 징역 20년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는 마약에 취한 채 피해자의 옷을 벗겨 속옷 하의만을 남겨두고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B씨는 자기 주거지에서 벌어지는 폭행을 제지하기는커녕 범행 도구를 제공하고 같이 폭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범행 이후 피멍투성이가 된 피해자 앞에서 이른바 ‘인증샷’을 남길 목적으로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뒤 (이를) 지인에게 보내는 등 가학적이고 엽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재판부는 이 같은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있는 A씨 등을 질타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을 입었음에도, 피고인들은 고의를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형량을 대폭 가중한 이유를 설명했다.
A씨 등은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인 C(사망 당시 22세)씨를 오후 2시부터 7시간가량 주먹과 발, 빗자루대 등으로 심하게 때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와 C씨는 2018년 처음 SNS를 통해 알게 된 친구 사이였고, 이후 A씨의 소개로 세 사람은 함께 어울리곤 했다.
범행 당일 A씨는 C씨와 언쟁을 벌이던 중 격분해 일방적으로 폭행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 피해자가 자신을 험담했다며 앙심을 품은 B씨도 가담했으며, C씨를 결박한 채로 몇 시간이나 폭행을 저질렀다. 당시 “병원에 데려가라"는 다른 친구들의 말도 무시한 채 C씨를 방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사건 당시 A씨 등은 마약에 취한 상태였다.
A씨 등은 범행 다음 날 숨진 피해자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인천 중구 장진도의 한 선착장 뒷산에 유기했고, 이들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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