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와 이집트가 나일강 놓고 싸우는 이유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에티오피아와 이집트가 나일강 놓고 싸우는 이유

입력
2021.07.17 04:30
0 0

세계 곳곳서 '물 전쟁' 본격화

편집자주

오늘날 세계경제는 우리 몸의 핏줄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구촌 각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시사, 인물 등이 ‘나비효과’가 되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인문학과 경영, 디자인, 사회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려는 이유입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에 한번씩 토요일 연재합니다.

나일강 갑문을 통과하는 한 크루즈 유람선. 한국일보 자료사진

<23> ESG 시대 에티오피아를 통해 미리 본 국가 간 분쟁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일견 지구 표면의 70%가 물인데 정말 그렇게나 물이 부족할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지구상의 물 중에서 우리 인간이 사용 가능한 담수량은 2.5% 수준에 불과하며, 이 중에서도 실제 우리가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담수량은 0.8%밖에 되지 않는다.

공급은 제한된 데 반해 물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요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인구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세계 인구는 매년 8,300만 명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구상의 인구는 76억 명에서 2050년이면 10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발달 역시 물 부족을 야기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저소득 국가들의 경우에는 용수 사용량의 80% 이상이 농업용수이지만, 고소득 국가들의 경우에는 60% 가까이가 산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지난 30년간 물 사용량이 3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중 60% 이상이 산업용 수요 증가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앨빈 토플러의 예측이 코로나19로 더욱 현실이 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물 사용량이 더욱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손을 닦거나 다양한 형태의 방역이 상시 전개되면서 물 사용량이 현격히 높아졌다.

이에 2020년 유네스코는 코로나19 시대 물 관리가 위기에 처했으며 각국이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데이비드 한나 유네스코 물 분야 책임자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속한 국민 4명 중 1명은 물 문제로 제대로 손을 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티오피아 댐 건설 움직임에 이집트 '반발'

최근 에티오피아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서 전개되는 갈등을 보면, 물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이제 분쟁 수준까지 다다른 듯한 인상마저 지울 수 없다. '북아프리카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나일강 수자원을 둘러싼 인근 국가들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달은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에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이라는 대규모 수력발전 댐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은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댐이자, 세계에서도 7번째로 큰 수력발전소로 현재 공정이 80% 이상 완료된 상태이다.

이처럼 대규모 댐을 나일강 상류지역에 위치한 에티오피아가 건립하기 시작하면서 하류 지역에 위치한 수단과 이집트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수자원을 원활히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 인구의 절대적인 비중은 나일강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이집트는 나일강에 식수, 농업용수 등의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류 지역에서 댐을 건설하면 물이 부족해질 것을 크게 우려하는 것이다. 수단도 이집트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최근 이집트와 수단 양국가는 '나일의 수호자'라는 이름 아래 양국 해군과 공군이 참여하는 합동 군사훈련도 실시한 바 있다. 이집트에서는 무력 사용을 통한 댐 저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이들 지역의 수자원을 둘러싼 분쟁은 UN까지 안건으로 올라간 상황으로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는 이들 세 국가 간의 원만한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렇게 인근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커다란 이슈를 야기하면서까지 에티오피아가 댐을 건립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 발전 위해 에너지 필요한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는 사실 자신들이 가진 잠재력에 비해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하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이다. 에티오피아는 솔로몬과 시바의 후예로 불릴 만큼 3,000년 이상의 긴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인구 역시 1억 명 이상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2위이자 전 세계적으로는 14위의 인구 대국이다. 국토 면적 또한 한반도의 5배 수준에 달한다. 지하자원 또한 금을 비롯한 다양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전까지 발견되기도 하였다.

또한 에티오피아는 여느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살기 좋은 기후 환경을 갖고 있다. 한여름 에티오피아의 평균 기온은 25℃에서 최대 30℃를 넘지 않는 지역이 많다. 연평균 기온 역시 우리나라 가을 날씨와 비슷한 15~20℃ 수준이다. 심지어 기온이 떨어질 때는 서늘함마저 느껴진다.

에티오피아가 이러한 기후 환경을 갖게 된 것은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또 다른 애칭이 아프리카의 지붕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발고도 최저 1,500m에서 최대 4,550m에 이르는 고산지대에 위치하기 있다. 이러한 서늘한 기후는 말라리아나 뎅기열과 같은 아프리카 특유의 풍토병의 발생 빈도마저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에티오피아가 이처럼 유구한 역사, 좋은 기후 환경과 넓은 영토, 그리고 많은 저임금 근로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좀처럼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에티오피아 GDP의 40%, 전체 고용의 약 80% 이상을 농업 부분이 차지하고 있다. 물론 농업을 통해서도 고부가가치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국가도 많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농업 형태는 주력 수출품목이 커피(33%), 참깨(15%), 채소류(8%) 등 주로 저부가가치 농산품에 치중되어 있다. 또한 품질 수준이 전반적으로 낙후되어 있어 적절한 가격을 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사 작물을 재배하는 국가에 비해 가공이나 포장, 운송 등이 미흡하여 수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에티오피아가 대규모 수력발전소를 건립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낙후된 농업만으로는 더 이상 에티오피아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에티오피아는 제2차 경제개발계획(GTP II, 2016~2020년)에 따라 제조업 육성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을 추진해 왔다. GDP 부분에서 건설·제조 부분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서비스 부분의 비중도 40% 이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제조 부분과 서비스 부분을 육성하기 위해서 가장 선결되어야 할 문제는 바로 에너지 수급이다. 이 밖에 고속도로 건설 및 개보수, 송전망 구축사업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원활한 전력 수급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이 과정에서 에티오피아 정부는 미래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수급 전략을 선택했다.

현재 에티오피아 전력공사(Ethiopian Electric Power: EEP)는 르네상스 댐을 기반으로 한 수력발전뿐만 아니라 고산지대라는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풍력발전, 아프리카 초원의 대규모 태양광 및 지열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라오스 상공에서 찍은 홍수로 물이 불어난 메콩강 모습. 한국일보 자료 사진


중남미·동남아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 전개


이상에서 열거한 일련의 상황들은 비단 에티오피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듯하다. 현재 많은 개도국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복원하고 자국의 새로운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 공급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력발전 등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메콩강은 4,180km의 동남아시아 최대의 국제 하천으로 인도차이나 반도 5개국 즉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를 관통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은 메콩강을 활용한 발전 계획을 저마다 수립하고 있다. 메콩강 유역 5개국의 경제·사회 발전으로 인해 에너지 생산 및 소비 증가율이 세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향후 메콩강 유역 국가들에 수력발전은 중요한 전력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남미의 경우 아마존강이 △에콰도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프랑스령 기아나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수리남 등 남미 9개 국가에 걸쳐 흐르고 있다. 현재 아마존강 유역도 여러 중남미 국가들이 부족한 재원 확보를 위해 금광 개발 등에 열을 올리면서 인근 원시 부족들의 생존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있다.

나일강, 메콩강, 아마존강 유역에 위치한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에티오피아와 유사한 농업 중심의 저개발 국가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꿈꾸는 국가들이다. 이러한 상황은 제2의 나일강을 둘러싼 분쟁이 세계 각지에서 얼마든지 전개될 수 있음을 뜻한다. 국제사회가 현재 에티오피아를 중심으로 인근 국가 간의 나일강 분쟁을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글로벌 경제유람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