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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가 연극 주인공인 이유가 궁금하세요?"

입력
2021.07.15 15:4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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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어느 날 갑자기…!' 만든 윤정환 대표와 극단 '산' 단원들

극단 '산'의 윤정환 대표는 "팬데믹이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공연계가 급속도로 위축됐다"며 "배우와 관객이 만나야만 성립되는 공연 예술 특성상 최선의 대책은 마스크를 잘 쓰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 산 제공

극단 '산'의 윤정환 대표는 "팬데믹이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공연계가 급속도로 위축됐다"며 "배우와 관객이 만나야만 성립되는 공연 예술 특성상 최선의 대책은 마스크를 잘 쓰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 산 제공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섭다. 연일 확진자가 네 자릿수를 기록하는 가운데 최근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관객 집단감염 사례까지 나왔다. 현 상황을 지켜보는 극단 '산'의 윤정환 대표와 단원들은 특히 더 마음이 불편하다. 말 그대로 남의 일이 아니어서다. 지난해 8월 대학로에서 낭독공연을 준비하던 '산'의 단원 중 한 명이 공연 첫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40여 명 단원이 연달아 검사를 받았고, 윤 대표를 비롯해 1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날 사건은 윤 대표 등 단원들에게 트라우마이자,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1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표는 "통화했던 지인들 중에서는 확진자의 건강이 아니라 '나와 접촉한 적이 있느냐'며 자신의 안전을 먼저 챙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십분 심정을 이해를 하면서도 결국은 상처로 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바이러스 자체는 의사와 과학자들이 결국 해결하겠지만 확진자가 격리되고 다시 사회로 복귀 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병은 사회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거리 두기가 그 부작용으로 인간과 인간의 정서적 거리감까지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된 연극 '어느 날 갑자기…!'의 한 장면.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다루고 있다. 극단 산 제공

지난 6월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된 연극 '어느 날 갑자기…!'의 한 장면.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다루고 있다. 극단 산 제공

연극인답게 윤 대표와 '산'의 단원들은 자신이 겪은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확진자의 실상을 알리는 연극 '어느 날 갑자기…!'를 만들었다.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윤 대표는 "공연화되는 이상 허구적인 요소가 아예 없진 않겠지만, 최대한 직접 보고 들은 사실들로 무대를 채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극은 한 극단 단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시설로 이송, 격리돼 치료받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줄거리로 전개된다. 이 과정 곳곳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사회적 낙인 등 부조리를 '블랙코미디' 형태로 꼬집었다. 지난 6월 초연된 '어느 날 갑자기…!'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열리는 '1번출구 연극제'에도 초청됐다. 9월 15~19일 서울 동숭동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공연 예정이다.

극의 결론은 결국 '역지사지'의 자세를 되새기자는 것. 윤 대표는 "몸소 확진자가 돼보니 아픈 사람에 대한 인식이 확연하게 변했다"면서 "누구나 연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타인을 배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본 관객 중 한 명이 최근 서울 강남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갔다가 확진자 접촉 가능성 탓에 격리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현실이 연극과 똑같다'며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윤 대표는 "제작진 입장에서 최고의 찬사"라고 했다.

설령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 연극의 메시지는 유효하다. 윤 대표는 "코로나19 대신 다른 재난 상황을 대입해도 문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팬데믹을 계기로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난 인간의 본성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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