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결과 발표
법무부, 주요 수사 과정 '정보 유출 있었다'고 판단
기소 전 형사사건 공보 땐 피의자 반론권도 보장
"여론몰이 수사 좌시 안해" 공개 가능 정보 제한
"檢 수사과정 전혀 알 수 없어 깜깜이 수사 우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정보 유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공보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14일 밝혔다.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으로 촉발된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 결과, 주요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의도적인 '수사정보 흘리기'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보 규정 개정안 중에는 이미 현장에서 기존 규정에 따라 실행되고 있는 내용이 많아, 법무부 발표가 특별히 새로울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도한 공보 제한 조치로 견제 받지 않는 '깜깜이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여론몰이식 수사 상황 유출 좌시 않겠다"
박 장관은 이날 합동감찰 브리핑에서 "악의적 수사 상황 유출행위를 반드시 찾아내 엄단하겠다"며 "특히 수사동력 확보를 위해 여론몰이식으로 흘리는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특히 "한 전 총리 모해위증 민원사건 관련 대검 부장회의 종료 후 45분 만에 특정 일간지에 자세한 의결과정이 보도된 적이 있다"며 지난 3월 20일 보도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1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법무부 훈령)'이 제정된 뒤에도 수사정보 유출이 이어지면서, 해당 규정이 사문화됐다는 게 법무부 판단이다.
법무부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형사사건 공개가 가능한 경우를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나 자료가 있는 때'에 '전기통신금융사기, 디지털성범죄, 감염병예방법위반 등 범죄로 인한 피해의 급속한 확산 또는 동종 범죄 발생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 정보 공개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수사의뢰, 고소·고발, 압수수색, 출국금지, 소환조사, 체포·구속 등 수사단계별로 공개 가능한 정보도 나열해 이외 정보는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 수사의뢰 단계에선 △피내사자 및 대상기관 또는 기업 △죄명△수사의뢰 기관 △수사의뢰 받았다는 사실만 알릴 수 있고, 압수수색 단계에선 대상, 일시, 장소, 죄명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법무부는 이런 기준에서 벗어나 수사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발견되거나, 신고가 접수되면 각 검찰청 인권보호관 직권으로 진상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조사 결과 정보 유출이 확인되면 수사 및 감찰을 의뢰할 수 있다.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형사사건을 공보하는 경우에는 피의자 반론권도 보장하기로 했다. 피의자나 변호인의 반론요청이 있는 경우 심의를 거쳐 검찰 공표와 동일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언론에 반론 내용을 알린다는 것이다.
"이미 규정대로 공보... 오히려 깜깜이 수사 우려"
검찰 내에선 법무부의 공보 규정 개정 계획에 대해 "현재 검찰의 공보 실무와 큰 차이가 없어 개정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란 반응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법무부가 제시한 수사단계별 공개 가능 정보들은 이미 해당 정보들만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보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현재도 엄격한 조건 속에서만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며 "공보 실무를 규정으로 명문화한 것 이외에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융통성 없이 공보 규정을 명문화할 경우, 다른 수사기관에 비해 검찰만 '깜깜이 수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주요 수사 상황을 알리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 대한 적절한 견제가 가능한데, 검찰 수사에 대해선 앞으로 받아쓰기식 보도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언론 취재에 대응하다 보면 수사에만 몰두하던 검찰이 국민 눈높이를 의식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며 "수사 과정은 전혀 모른 채 결론만 알게 되는 상황이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다른 수사기관과 함께 논의한 뒤 발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대부분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게 된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박범계 장관은 이에 대해 "피의사실 유출에 관한 여러 기준과 원칙이 경찰과 공수처 등에도 제대로 구현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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