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소법 설명의무 가이드라인' 공개
하나부터 열까지 상품 설명에 지친 고객·직원
앞으론 난이도·소비자 상황 맞춰 설명 가능
"설명 시간 단축, 필요 정보 자세히 들을 것"
개정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에 따라 은행, 증권사 등에서 길게는 한 시간 가까이 소요됐던 금융상품 설명 시간이 앞으로 짧아질 전망이다. 금융사가 고객에게 금융 상품을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설명하는 대신 투자를 결정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만 '콕 집어' 알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금융사가 상품 설명을 소홀히 해, 금소법 목표인 투자자 보호가 되레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상품 가입에 한 시간, 현장과 동떨어진 금소법
금융위원회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상품 설명 의무의 합리적 이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지난 3월 25일 개정 금소법이 도입되면서 금융사는 고객에게 금융상품 가입을 권유하거나 상품 소개를 요청받았을 때 관련된 정보를 빠짐없이 제공해야 한다.
금융위는 투자자가 금융 상품 가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라임·옵티머스 사태 같은 금융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해 금소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새로운 금소법은 현장에서 큰 혼란을 낳았다. 금소법에 따라 금융사 직원들은 고객이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까지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금소법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한 보수적인 대응이었으나 금융사 직원, 고객 모두 상품 설명 과정에서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금융위가 뒤늦게나마 설명 의무 가이드라인을 만든 배경이다.
소비자, '짧은 설명' 고르면 시간 아낀다
금융위는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금융사가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면서 난이도, 소비자 상황에 맞춰 맞춤형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단 설명 요약 자료인 핵심 설명서는 반드시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핵심 설명서에는 주로 상품 구조, 투자에 따른 불이익 등이 담겨 있다.
핵심 설명서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부수적인 내용은 소비자가 사항별로 '짧은 설명'을 선택할 수 있다. 가령 고객은 예금자보호, 청약철회권, 연계·제휴 서비스 등 정보 난이도가 낮아 고객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설명을 압축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고객이 특정 상품을 콕 집어 금융사를 찾았을 땐 원하는 내용만 들을 수도 있다. 고객이 이미 상품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볼 수 있어 설명 의무를 더 완화한 것이다. 아울러 금융사는 직원이 직접 설명하는 대신 동영상,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상품 정보를 알릴 수도 있다. 금융사는 상품에 공통 적용되는 일반적인 소비자 보호 제도 설명 등에 동영상 설명을 이용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국내외 모범사례, 민원·분쟁 사례 분석 등을 담아 설명 의무 가이드라인을 매년 보완하기로 했다. 우선 오프라인 상담 창구와 비교해 설명 의무 사각지대인 온라인 판매에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보완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 설명 자료를 분석해 보면 상품 이해와 관련이 적은 내용을 20~30분 가까이 설명하고 있다"며 "정작 중요한 내용은 짧게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소비자는 설명을 빨리 듣거나 꼭 필요한 정보를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가 설명 간소화를 고를 수 있는 범위를 금융사가 자체 설정하도록 한 점은 불완전판매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금융사가 정한 자체 기준에 대해 감독을 실시해 투자자 보호 훼손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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