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정책 신뢰도 바닥으로 추락
①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1년 만에 백지화
②임대사업자 등록 장려→혜택 축소→원점 재검토
③2·4대책 발표 이후 현금청산→법안 통과일 기준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는 부동산 정책에 실수요자의 속도 뒤집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을 믿고 먼저 대비했다가 뒤통수를 맞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일관성을 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정책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이제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①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1년 만에 없던 일로
13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전날 국토법안소위를 열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뺐다. 현 정부에서 주요 규제안이 입법 과정에서 백지화된 것은 처음이다. 2년 실거주 의무는 재건축 단지로 유입되는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지난해 ‘6·17 대책’ 중 하나로 추진됐다.
정부 발표 이후 분양권을 받지 못할까 걱정돼 낡은 아파트로 이사한 집주인이나, 그로 인해 밀려난 세입자들은 1년 만에 뒤집힌 정책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30년 넘은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갔다는 A씨는 “녹물 샤워에 익숙해질 만하니 (2년 실거주 의무가) 없던 일이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구로구 재건축 단지에서 전세로 살다가 집주인의 실거주로 이사를 간 B씨는 “이렇게 쉽게 정책을 뒤엎는 것을 보니 고생하며 이사했던 과정이 다시 떠올라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②임대사업자 등록 장려→혜택 축소→원점 재검토
정책에 허를 찔린 건 재건축 단지 집주인과 세입자뿐만 아니다. 정부의 독려에 등록임대사업자가 된 이들도 일격을 당했다. 2017년 12월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 세제 혜택을 주겠다며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을 장려했다. 이후 등록 임대주택은 늘었지만 시장에 매물이 줄고 집값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러자 정부는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점점 축소했고 5월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모든 민간매입임대주택 신규 등록 폐지와 6개월 안에 집을 팔도록 압박했다. 임대사업자가 4년 만에 적폐가 된 셈이데,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다시 '원점 재검토'로 물러섰다.
③2·4대책 발표 다음 날부터 현금청산→국회 본회의 의결일로
정부가 획기적인 공급 정책이라고 자신하는 ‘2·4대책’의 현금청산일 기준도 오락가락했다. 정부는 도심 고밀개발 지역에서 올해 2월 5일부터 주택을 매수하면 분양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 사업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대책 발표일 이후 집을 샀다는 이유로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건 재산권 침해와 거주지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현금청산일 기준은 지난달 국회에서 본회의 의결일(6월 29일)로 한순간에 수정됐다.
전문가들은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헛발질’로 정책 신뢰가 무너진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이번 정부는 초기에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며 강한 규제 정책을 펼쳤지만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심화하자 뒤늦게 2·4대책을 내놓고 공급에 나섰기 때문이다. 태릉과 용산 등의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이 주민 반대로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도 면밀한 검토 없이 발표만 앞섰던 사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과 실수요자의 신뢰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남은 임기 안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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