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정비에 자진 철거·주차장 개방 협조?
?“돌아온 건 생계 위협뿐” 포천시에 민원
“주차장은 꽉꽉 차는데, 장사는 하나도 안 되니 울화통이 터집니다.”
경기 포천 백운계곡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4)씨는 “지난 주말 매출이 11만 원에 불과했다”며 “아예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매출 반등을 기대했지만, 예년보다 80~90% 깎인 매출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13일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는 계곡변 식당 주차장에 세워두고, 식사는 집에서 싸 온 음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운계곡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한 '계곡하천 정비 사업'의 대표 대상지다. 지난해 7월 3.8㎞ 구간 계곡변에 설치된 평상, 천막 등 불법시설물 1,950여 개를 철거하고 청정계곡으로 거듭났다. 이후 관광객 편의를 위해 계곡변에 800개의 공용 파라솔과 테이블, 의자를 설치했다.
그러나 백운계곡 상인들은 “경기도와 포천시의 요청에 따라 불법 시설물을 자진 철거하고, 사유지 주차장까지 개방했지만, 돌아온 건 생계 위협뿐”이라며 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과거 계곡 이용객들이 평상 등 계곡의 불법 시설물 철거를 요구하며 민원을 제기했다면, 이번엔 계곡 상인들이 방문객들의 '비매너'에 역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백운계곡의 경우 주말에 하루 1만 명 가까이 밀려들면서 이들을 수용할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백운계곡 일대 공영주차장은 200면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계곡 주변 식당 협조 없이는 주차 대란이 불가피하다.
불법 시설과 자릿세가 사라졌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새로 생겼다. 관광객들이 계곡 주변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등 취사까지 하는 것이다. 한 식당 주인은 “계곡을 찾은 이들이 놀다 돌아가면서 쓰레기도 버리고 간다”며 “최근엔 캠핑카까지 등장, 무질서하기가 이를 데 없다”며 혀를 찼다.
이종진 백운계곡상인협동조합장은 “주차장을 이용하는 관광객 10명 중 9명은 음식은 주문하지 않고 한나절 넘게 머물다 간다”며 “상인들이 장사는 못 하고 1년 넘게 쓰레기만 치우는 신세가 계속 되면서 주차장 폐쇄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하천 지킴이를 운영하면서 쓰레기 투기 등을 단속 중이나, 한계가 있다”며 “계곡변 식당 활성화를 위한 메뉴 개발 등 다양한 상생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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