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 검사해야 1·2급 교원 자격 얻어
"잠재적 마약사범 취급" 교단 반발 여론
현직 교사만 검사비 지원 방침도 논란
교사 자격증을 따려면 의무적으로 마약류 중독 검사를 받게 하는 조치가 시행되자 교단에서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투약 의심자를 가려내는 절차도 없이 누구든 예외 없이 검사를 받아야 하다 보니 "교사를 잠재적 마약 사범으로 취급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검사비 지원이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점도 논란거리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조치는 지난달 23일 시행됐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 발효에 따른 것으로, 개정 법률엔 △마약류 중독자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성인 대상 성폭력범죄자는 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교육부는 후속 조치로 최근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을 개정해 '교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의사 진단서 또는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1급 교원으로 승급하려는 현직 교사, 2급 교원이 되려는 예비 교사는 전부 마약 검사를 받고 음성 반응이 나와야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정교사, 전문상담교사, 사서교사, 실기교사 등 모든 분야의 교사에게 적용되는 사안이다. 현행 체제에선 교육대·사범대를 졸업하면 2급 교원 자격을 받을 수 있고, 교사 경력을 일정 기간 쌓고 120여 시간 연수를 거치면 1급 교원 자격을 딸 수 있다.
"왜 선별 아닌 전수조사?" 교단 반발
교단이나 교육대·사범대에선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은 특히 전수조사 방식으로 마약 검사가 이뤄지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사범대 3학년 임모(22)씨는 "마약 전과는 교원 자격 취득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조항을 관련법에 넣었으면 됐지, 마약과 상관없는 대다수 인원까지 검사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범대 4학년 이지원(23)씨는 "마약 범죄 증가 추세를 우려하는 정부의 뜻은 알겠지만, 엉뚱한 곳에서 조치가 시행되는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예비 교사들은 1급 교원이 되는 과정에서 두 번이나 마약 검사를 받아야 하는 점도 불만을 사는 대목이다.
현직 교사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부산교사노동조합은 "이미 교단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고 검증받은 교사에게 1급 자격증 부여 조건으로 마약 검사를 받게 하는 건 교사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2년 차 교사 한모(26)씨는 "상식적으로 교단에 오르는 교사가 평소 마약을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검사비 선별 지원에 '예비 교사' 배제
3만 원 수준인 검사비를 누가 부담할지도 논란거리다. 한씨는 "정부가 마약 검사를 의무 사항으로 정한 만큼 아무리 소액이라도 검사비는 정부가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교육부는 최근 "이달 특별교부세를 통해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자에 대해 검사비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2급 교원 자격증을 따려는 예비 교사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대 3학년 최모(21)씨는 "대부분 학생 신분인 2급 자격 취득자야말로 비용 지원이 더 필요한 대상"이라며 "정부의 선별 지원 방침은 이해가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라서 교사들의 불만이 있지만 내년부터는 건강검진 때 마약 검사가 포함돼 지금과 같은 번거로움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건교사나 영양교사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임용 전 마약 검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