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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장마

입력
2021.07.1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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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에 첫 열대야가 나타난 12일 오후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에 첫 열대야가 나타난 12일 오후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장마는 역대급으로 빨리 시작된 데다 전국 기상통계가 도입된 1973년 이후 가장 길었다. 6월 10일 제주에서 시작된 장맛비가 중부 지방에서 그친 것이 8월 16일이다. 중부 기준 54일이나 이어진 그해 장마의 또 다른 특징은 집중호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강수량도 많아 장마철로는 사상 두 번째였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이어지는 겨울은 관측 사상 가장 따뜻했고, 2018년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었다. "기후 위기 시대 진입"(기상청)을 부정하기 어렵다.

□ 올여름은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끝난 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부 지방은 장마 같은 비 구경을 하지도 못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낸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를 보면 1912년 이후 강수 변화에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여름 강수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최근 30년 여름 강수 평균은 이전 30년보다 90㎜ 가까이 늘었다. 온난화 영향으로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 강한 강수가 증가하고 약한 강수가 감소하는 것도 특징이다. 비가 한 번에 많이 쏟아지는 추세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최근 10년 강수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강수량도, 집중 강수도 나란히 줄었다. 기상청은 지난해 작성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한반도의 강수량이 감소하지만 단기간 집중호우를 뜻하는 '극한 강수'는 늘어날 것으로 봤다.

□ 장마 패턴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자체가 기후변화의 영향일 수 있다. 올해는 비는 적지만 대신 폭염이 일찍 시작됐다. 7월 초인데 이미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됐고 12일 밤 서울에서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대기 상하층이 모두 더운 공기로 덮인 채 정체된 모양새가 2018년 상황과 유사하다고 한다. 그해도 7월 11일부터 폭염이 시작돼 한 달간 이어지며 기록을 경신했다. 북미에서 코로나를 벗어나는가 싶더니 50도에 육박하는 살인 더위로 수백 명이 숨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야말로 코로나보다 더 상시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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