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급속 확산에 4단계 격상 악재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한 극장 관계자가 12일 밝힌 심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급속 확산 여파로 이날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데 대한 반응이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극장가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할리우드 영화 ‘블랙 위도우’ 등 기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무르익었던 여름 대목에 대한 기대가 꺾이는 분위기다. 여름 개봉을 준비하던 주요 영화들의 투자배급사들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름 흥행 대전 기대감 급랭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이날부터 극장들은 밤 10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GV에 따르면 영업 시간 제한으로 상영작들 평균 하루당 상영횟수가 1.5회가량 줄어들게 됐다. 상영횟수 감소로 관객 모으기가 더 힘들어졌다.
상영횟수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심리적 위축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심에 잠재적인 관객들이 외부 활동을 줄이고, 극장으로 가는 발을 끊게 되면서 관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4단계 진입 직전 징후부터가 심상치 않다. 마블 영화로선 2년 만에 선보인 ‘블랙 위도우’는 코로나19 악재를 뚫고 상영 첫 주 136만6,078명을 모았으나 11일(일) 관객 하락세가 마음에 걸린다. ‘블랙 위도우’의 이날 관객 수는 35만89명으로 전날(43만32명)보다 8만명가량 줄었다. 보통 일요일 관객이 토요일보다 적은 점을 감안해도 눈에 띄는 감소다. 코로나19 급속 확산만 없었다면 ‘블랙 위도우’가 상영 첫 주 200만 관객 고지는 충분히 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2주 전만 해도 극장가는 여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외부 활동 증가 가능성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블랙 위도우’ 개봉에 이어 한국 대작 ‘모가디슈’가 28일 개봉하기로 발표하고, 또 다른 한국 대작 ‘싱크홀’(8월 11일 개봉) 역시 출사표를 던지며 여름 빅매치가 갑작스레 성사됐다. ‘방법: 재차의’(28일 개봉)와 ‘인질’(8월 개봉)도 여름 시장에 뛰어들며 과열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2주 잘 보내야 여름 대전 가능”
투자배급사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개봉을 연기한 한국 영화들은 아직 없지만 상황에 따라 상영 시기를 미룰 영화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모가디슈’의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개봉 일정은 아직 변하지 않았으나 극장 관객 변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 주말이면 코로나19 확산과 4단계 격상에 따른 영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법’의 배급사 CJ ENM 관계자도 “현재로선 개봉을 예정대로 추진하겠지만 상황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선 제작비 200여억 원이 들어간 ‘모가디슈’가 개봉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제작비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라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모가디슈’가 아직 언론시사회 일정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며 “막판까지 개봉일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극장가에선 이번 주를 고비로 보고 있다. ‘블랙 위도우’가 흥행 전선에서 선전하고, 영화 팬들 사이에서 벌써 입소문이 난 한국-태국 합작 공포영화 ‘랑종’(14일 개봉)이 관객을 끌어들이면 여름 시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8월 개봉) 등 할리우드 영화는 예정대로 개봉하리라는 점이 위안거리이기도 하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은 “거리 두기 4단계가 예정대로 2주 만에 끝나고 3단계로 내려가면 여름 대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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