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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도 中에 손 벌려… 아프간 떠난 美 빈자리 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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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도 中에 손 벌려… 아프간 떠난 美 빈자리 채울까

입력
2021.07.12 15:00
수정
2021.07.12 15: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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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 철수 공언에 아프간 힘의 공백
①정부도 반군 모두 구애, 中 중재자 자임
②왕이 출격, 아프간 주변국부터 포위 공략
③中, 상하이협력기구 앞세워 아프간 품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임무가 8월 31일 종료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임무가 8월 31일 종료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임무가 8월 31일 종료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중국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아프간 정부와 무장반군 탈레반 모두 “중국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손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빠진 힘의 공백을 선점하려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아프간 주변국으로 급파했다.

①아프간 정부도 반군도 모두 중국에 구애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이 9일 수도 카불에서 미국 정부에 자신들의 신변 보호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이 9일 수도 카불에서 미국 정부에 자신들의 신변 보호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함둘라 무히브 아프간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러시아 타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중국, 인도 3국이 공포에 맞설 힘을 아프간에 실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미군 철수로 불안감이 가중된 것에 대한 불만이 가득 담겼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도 7일 “중국은 아프간의 친구”라며 “중국이 가능한 한 빨리 재건사업에 투자하도록 협의를 시작하길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탈레반은 9일 “영토의 85%를 장악했다”고 주장하며 아프간의 주인을 자처하고 있다.

양쪽의 구애에 중국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는 아프간의 역사와 현 상황을 존중하고, 내정 간섭이 아닌 지원에 그치겠다는 입장에 변함없다. 양진(楊進) 중국사회과학원 러시아·동유럽·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은 12일 환구시보에 “중국은 아프간의 중재자”라며 “그래야 중국을 미국과 차별화하고 이 지역의 안보를 보장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왕이의 출격, 아프간 주변국부터 공략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2~16일 방문하는 아프가니스탄 주변 중앙아시아 3개국. 사각형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국가들이다. 중국 서부 신장지역도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구글어스 캡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2~16일 방문하는 아프가니스탄 주변 중앙아시아 3개국. 사각형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국가들이다. 중국 서부 신장지역도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구글어스 캡처


중국이 중립을 지키며 뒷짐 지는 건 애당초 불가능해 보인다. 중국은 아프간과 76㎞가량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것도 중국에 가장 민감한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와 맞닿았다. 아프간 내분의 불똥이 변방지역 무슬림을 자극하는 건 중국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왕이 외교부장이 12~16일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잇따라 찾는다. 모두 아프간과 인접한 국가들이다.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황급히 철수하는 격동적 상황에 따른 맞춤형 방문이다. 왕 부장은 두 달 전에도 이들 3국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5개국과 아프간 상황 등 지역 정세를 화상으로 논의했다. 왕 부장은 출국에 앞서 “테러리스트, 분리주의자, 극단주의 세력 등 3개 악과 맞서 싸우고 지역 안보와 안정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평화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빠진 자리를 꿰차겠다는 출정식으로 비칠 정도다.

③中, 상하이협력기구 앞세워 아프간 품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부군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간 교전을 피해 거주지를 떠난 주민들이 8일 헤라트주의 한 임시 난민시설에 머물며 생활하는 모습. 헤라트=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부군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간 교전을 피해 거주지를 떠난 주민들이 8일 헤라트주의 한 임시 난민시설에 머물며 생활하는 모습. 헤라트=EPA 연합뉴스


중국의 발 빠른 움직임과 동시에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는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주목받고 있다. SCO는 중국 주도로 러시아와 중앙아 국가들을 끌어들여 만든 안보, 경제, 인문 협력체다.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 주도 4개국 안보협력체 ‘쿼드(Quad)’가 안보분야에 국한된 것에 비해 협력 범위가 훨씬 넓다.

아프간은 현재 SCO에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으로 격상된다면 아프간 문제에 중국은 더욱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하게 된다. 단순히 경제적, 기술적으로 아프간 재건에 돈과 물자, 장비를 퍼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SCO가 아프간을 정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를 통해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선 (군사적) 대응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무책임한 철수’를 중국이 ‘성급한 개입’으로 채울 경우 미국과 마찬가지로 수렁에 빠질 수도 있어 일단 사태를 주시하는 모양새다. 중국이 아프간 주변 3국과의 관계 진전과 지역 여건 안정에 치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첸펑(錢峰)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원 연구부 주임은 “아프간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개입이 아닌 단지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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