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 출신지역서 시위 시작돼 계속 확산
총 60여 명 체포... 시위 폭력성 점점 뚜렷
경찰 "親주마 시위대 아닌 범죄자들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실형 선고를 받고 투옥된 이후 폭력 시위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상점이 약탈당하고 총격 소식에 일부 고속도로가 폐쇄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혼란을 틈탄, 시위와는 무관한 범죄까지 대거 발생하면서 남아공 사회의 정국 불안정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영국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은 11일(현지시간) 남아공에서 제이콥 주마(79)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수감된 뒤, 이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가 확산하면서 지금까지 6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법정모독 혐의로 징역 1년 3개월형을 선고받은 주마 전 대통령이 실제로 구금되자 그의 출신지인 콰줄루나탈주(州)에서 시작된 '친(親)주마 시위'는 남아공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는 갈수록 폭력성을 띠는 분위기다. 이날 요하네스버그 도심에선 방망이, 골프채 등으로 무장한 시민들이 거리 행진을 하며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800여 명이 운집한 알렉산드라 시위 현장에선 경찰관 1명이 총에 맞는 사건도 발생했다. 요하네스버그의 주요 고속도로인 M2 일부 구간엔 폐쇄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전날 밤 약 300명이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인 가운데, 지나가는 차량을 겨냥한 총격 사건까지 일어난 탓이다.
또, 교외 지역인 알렉산드라·제페스타운에선 상점들을 겨냥한 약탈 행위, 차량 방화 행위 등도 잇따랐다. 불이 난 한 상점에선 40대 남성 시신마저 발견돼 경찰이 정확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주마 전 대통령의 투옥 소식에) 상처받고 화가 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파괴적 행동엔 어떤 정당성도 없다"면서 폭력 시위 자제를 당부했다. 다만 경찰은 약탈 등 일부 범행의 경우, 주마 전 대통령 지지자가 아니라 경제적 이득을 노린 범죄자들의 소행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12일 주마 전 대통령 측에서 건강 상태 악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 등을 이유로 요구한 형량 재검토의 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주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법정모독 혐의로 15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감금명령 시한인 이달 7일 경찰에 자진출석해 구금됐다.
주마는 남아공 역사상 투옥된 첫 전직 대통령이다. 그는 재임 기간(2009~2018년) 벌어진 광범위한 부패 연루 혐의를 조사하는 일명 '존도 위원회' 출석을 계속 거부한 혐의를 받는다. 최소 40명이 위원회에 출석해 주마 전 대통령의 부패 연루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언을 했으나, 그는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해 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