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여론조사서 '탄핵절차 개시 찬성' 54%
"정부 부패했다" 70%, "통치능력 없다"도 63%
우파신문 "더이상 대통령직 있어선 안될 위치"
2018년 11월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며 깜짝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막다른 코너에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부실 대응에다 백신 비리 스캔들에 연루되더니, 급기야 보좌관 급여 횡령 의혹까지 터지는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결국 그의 탄핵을 지지하는 여론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이다. 내년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임을 꿈꾸긴커녕, ‘탄핵 대통령’이라는 망신을 사기 전에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야 할 판이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 왔던 보수 성향 매체까지 등을 돌리며 ‘손절’에 나선 모습이다. 하원에 탄핵 절차 개시를 촉구하는 등 ‘보우소나루로는 우파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는 하원의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여부와 관련해 “브라질 국민의 54%가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반대 응답은 42%에 그쳤다. 16세 이상 남녀 2,074명을 대상으로 지난 7, 8일 실시된 이번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는 ‘±2%포인트’였다. 절반 이상 국민이 그에 대한 탄핵 논의 시작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데, 오차범위를 넘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부패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70%에 달했다. ‘브라질을 통치할 능력이 없다’고 답한 비율 역시 63%를 기록했다. 사실상 국민 신뢰를 거의 잃었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브라질 하원에 접수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는 120건을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 매체도 이젠 선을 긋고 나섰다. 일간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EDS)는 이날 사설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직에 남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못 박았다. EDS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도덕적·정치적·행정적 불행의 연속에 시달린 상처받은 아이”라고 칭한 뒤, 그를 향해 “브라질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아르투르 리라 하원의장에게 “탄핵 절차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우파 세력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새 인물을 내세우려 하는 가운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투표 시스템에 난데없이 의문을 제기하는가 하면, 군 투입까지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리아느 칸타녜드 EDS 정치 칼럼니스트는 “모든 것이 보우소나루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대통령이 악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대선에 대한 다타폴랴의 예측 조사에서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맞불을 경우, 20%포인트 격차로 룰라 전 대통령이 압승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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