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성과 배틀'? 이준석식 '작은정부론'이 위험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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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성과 배틀'? 이준석식 '작은정부론'이 위험한 3가지 이유

입력
2021.07.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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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작은정부론'을 띄웠다. 지난 6일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주장에 힘을 실은 것이 논란을 부르자, 통일부 폐지까지 얹어 '작은정부론'으로 전선을 확대했다.

정부 부처 개편은 정부 조직의 뼈대를 고쳐 세우는 대공사로, 명확한 철학·비전을 갖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주제다. 하지만 이 대표의 특정 부처 폐지론은 다소 즉흥적인 데다, 정치적·이념적 논쟁에 물들어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작은정부'와 '부처 개수가 적은 정부'를 같은 개념으로 보는 것도 문제다. 공공의 영역에 능력주의·시장주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성과' 없으면 부처 폐지?

이 대표는 여가부와 통일부가 '성과'가 별로 없어서 불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여가부를 둔다고 젠더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처럼, 통일부를 둔다고 통일에 특별히 다가가지도 않는다"(10일 페이스북)고 했다. "성과와 업무 영역이 없는 조직이 관성에 의해 수십 년간 유지되는 게 공공과 정부의 방만이고 혈세 낭비"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말한 '성과'가 무엇인지부터 불분명하다. 정부 부처를 비롯한 공공 부문의 성과는 정량적 기준만으로 따질 수 없다. 국민의힘 대변인을 토론 배틀로 뽑았듯 각 부처를 성적으로 줄 세워 존폐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소수자 보호와 통일 준비는 당장의 성과가 숫자로 나타나지 않아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전직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환경부가 있어도 지구온난화가 날로 심각해지는데, 그러면 환경부도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외교부가 통일부 업무를 흡수하면 된다는 논리를 폈지만, 남북한이 분단국가라는 현실에서 북한은 외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부가 할 일은 당장 통일을 이뤄내는 게 아니라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남북한 교류 협력을 담당하는 것이다. 국정은 수학이 아니고 인수분해하듯 나눠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대표의 주장을 비판했다.

부처 숫자 줄이면 '작은' 정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첫 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자가격리로 화상으로 참석한 서병수 위원장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오대근 기자

'작은정부'는 부처의 개수로 규정하는 개념도 아니다.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민간과 시장에 넘기고 정부 개입을 줄이는 것이 '작은정부론'의 의미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작은정부를 정말로 추구한다면, 모든 영역에서 정부의 규제를 줄이고 민간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의 작은정부론은 이념적 논쟁"이라고 지적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대응을 위해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인 상황에서 '작은정부' 선회가 적절한지에 대한 물음도 제기된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대부분의 국가가 정부 예산과 정부 개입을 늘려 큰 정부로 가는 추세"라며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각 부처 예산과 인력을 재배치하는 세밀한 전략 수립이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왜 타깃은 늘 '소수자'인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7일 오전 대구삼성창조캠퍼스에서 열린 청년창업자 간담회에서 청년창업자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대구=뉴스1

여가부와 통일부는 여성, 청소년, 탈북자 등 소수자 정책과 통일 정책이라는 비주류 영역을 담당하는 부처다. 이 대표가 전체 18개 정부 부처 중 두 곳을 콕 집어 없애자고 한 것에서 이 대표의 철학이 드러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는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면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여성의 날'에 직원들에게 꽃을 전달한 유튜브 영상을 저격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지역 초선 의원은 "정부 부처 개편이 필요하다면 모든 부처의 효율을 제고해서 판단할 문제이지 여성이냐 아니냐, 통일이냐 아니냐를 이분법적으로 갈라치기해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부 조직 개편은 차기 대선 과정에서 보다 진지하게 논의돼야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모적으로 불쑥 소비될 주제가 아니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정부가 주도할지, 정부 기능을 줄이고 민간과 연계해 정책 확장성을 꾀할지 등의 큰 방향을 논의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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