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27개월 만에 최저
매물 잠김·가격 상승에 빌라로 눈 돌려
2030 비아파트 거래 3개월째 상승세
내년 상반기 결혼을 앞둔 A(32)씨는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겠다는 꿈을 버렸다. 예비신부와 함께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 봐도 서울에서는 외곽지역 소형 구축 아파트조차 넘볼 수 없다는 현실을 절감했다. A씨는 "처음엔 신혼집으로 무조건 아파트를 고수했는데 방법이 없어서 이제는 신축 빌라 위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3억2,980만 원)는 아파트(11억4,283만 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패닉바잉(공황매수)'을 주도한 2030세대의 서울 주택 매수 열기가 아파트를 넘어 비아파트(다세대·연립·단독 주택 등)로 번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치솟으면서 매물이 잠기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주택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2,833건으로 2019년 3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1만5,625건) 대비 81.8%나 줄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자 기대감이나 매수 타이밍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연쇄적으로 매매 건수가 급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동시에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조급함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5,090건인데, 이 중 1,867건은 30대가 매입자였다. 전 연령대 중 매수 비중 1위다. 20대 이하(277건)까지 포함하면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2.1%에 이른다.
2030세대의 시선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비아파트로도 향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상 5월 2030세대의 서울 비아파트 매수는 2,004건(20대 이하 613건·30대 1,391건)으로 전체 매매(8,055건)의 24.8%를 차지했다. 지난 3월(1,621건)과 4월(1,694건)에 이어 3개월째 매수 건수가 증가했다.
정부는 16일 시작하는 1차 사전청약이 2030의 매수심리를 완화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사전청약은 주택 착공에 맞춰 진행한 분양을 1, 2년 앞당겨 시장에 빠르게 물량을 공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2030세대가 원하는 서울에는 사전청약 단지가 없고 청약에 실패한 실수요자들이 다시 패닉바잉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개월 뒤 주변 시세보다 20~30% 저렴한 주택을 살 수 있다면 청년층에 퍼진 불안 심리가 조금은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태릉과 용산, 과천 등이 빠져 서울을 선호하는 수요를 분산시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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