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코로나 안 갔잖아"… 호텔방서 버티는 美뉴욕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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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코로나 안 갔잖아"… 호텔방서 버티는 美뉴욕 노숙자

입력
2021.07.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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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위해 임시 수용… 내보내려 하자 거부
보호단체, "퇴거 위법" 제소… 난감한 뉴욕시

지난달 미국 뉴욕시의 한 거리에 노숙자 남성(왼쪽 두 번째)이 비둘기와 함께 앉아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호텔 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노숙자들 때문에 미국 뉴욕시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방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쓴 고육책에 발목이 잡혔다. 어느 정도 백신 접종률이 올라간 만큼 계속 노숙자한테 호텔 숙소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뉴욕시가 호텔에 임시 수용 중인 노숙자 8,000명가량을 ‘쉼터(노숙자 보호시설)’로 옮기려는 계획의 실행을 잠시 중단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는 전날 노숙자 보호단체가 뉴욕시의 퇴거 조치가 위법이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아이작 맥긴 뉴욕시 홈리스부 대변인은 “첫 공판이 열리는 13일까지는 퇴거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시가 노숙자들을 시내 호텔에 머물게 한 건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발생 직후인 지난해 3월쯤부터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고령자와 유증상자, 양성 판정자 위주로 노숙자들에게 호텔 방을 구해준 뒤 숙박비도 대줬다. 처음에는 꺼리던 호텔들도 경영난에 시 정부 제안을 받아들였다.

상황을 바꾼 건 백신이다. 지난달 들어 뉴욕시의 백신 접종률이 65%를 넘기자 시는 더 이상 방역을 이유로 노숙자들을 호텔에 수용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호텔에서 기거하는 노숙자들을 이달 말까지 모두 쉼터로 돌려보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6월부터 퇴거 절차를 진행해 왔다.

노숙자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지난달 뉴욕시가 퇴거 정책을 발표되자마자 인도발 델타 변이 확산으로 여전히 감염 위험이 큰 만큼 10~20명이 한 공간을 쓰는 쉼터로 돌아가지 못한다며 시장 관저 앞 시위를 시작했다. 이달 초 퇴거 절차가 시작된 뒤에는 저항이 더 격렬해졌고 지난주엔 타임스퀘어 인근 쉐라톤 포 포인츠 호텔에 숙박하는 노숙자 25명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기도 했다. 이에 보호단체들은 “개인의 신체ㆍ정신적 질환을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하게 퇴실시키는 뉴욕시의 조치는 위법”이라며 8일 소송을 냈다.

소송은 뉴욕시의 퇴거 조치 강행을 일단 막았다. 하지만 노숙자들의 요구가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노숙자들의 호텔 수용은 영구적인 조치가 아니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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